수문산 골프장은 애물단지인가?
수문산 골프장은 애물단지인가?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1.03.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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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도 17호선 인접, 여수로 들어오는 입구에 자리 잡은 수문산은 수령 20년∼50년생 소나무가 울창했던 산이다. 참나무, 산벚나무, 진달래가 어우러지고 딱다구리 둥지가 있고 뻐꾸기와 산새 울음소리가 화음을 이루는 곳이다. 여수 국가 산단의 공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수림이기도 하다. 이 수문산에 여수 세계박람회 준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던 골프장과 호텔 건설은 생태 환경을 파괴했고 워크아웃으로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결과다. 자연보호와 특정인 투기를 우려,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단체의 주장은 적절 했다.

시티파크 리조트 사업은 (주)여수 관광레저가 여수시 봉계동 산 187일대 116만 3458여㎡ 부지에 18홀 규모의 대중골프장과 52실 규모의 관광호텔, 수영장 등을 포함하는 사업이다. 도심 속의 골프장 건설에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여수시는 2004년 10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주)여수관광레저 간 ‘관광체육시설사업 추진과 공익사업 이행협약’을 체결하고 해당 지역을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고 2006년 2월 리조트 예정지를 지역특화발전 특구로 지정·고시했다.

이에 2004년 여수 환경연합을 비롯한 여수 지역 시민사회․노동․학생․종교단체들이 만든 여수 시티파크 도심골프장 반대 시민행동은 즉각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를 상징하는 2만 마리 학을 접어 시장에게 전달했고 인간띠 잇기, 천막농성, 1인 시위, 반대서명운동, 수문산 나무심기 등 활동을 전개해왔다. 2006년 5월 대통령 직속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이런 실상을 고발했고 국민고충처리위는 같은 해 11월 사업중단 의결을 주문했다. 감사원도 2008년 5월 리조트 개발 사업자에 대해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었으며 산지전용 허가 기준을 허위 적용한 사업이라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국가 청렴위원회는 현직 여수시 공무원이 골프장 업체의 유급 고문 활동을 한 행위에 대한 엄벌요구 통보를 했다. 당시 여수시민 도심골프장 건설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찬성 20,7%, 반대 46,6%, 로 압도적인 반대에도 거침없이 진행됐다. 이런 와중에 2008년 11월 1차 사업자가 사업권을 현재의 사업자에게 넘겼다. 결국, 특정인 특혜, 부동산 투기라는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여수시는 2009년 11월 1년간 골프장 임시 사용을 허가를 했다. 2010년 4월 호텔이 개업하자 대중골프장은 주주 및 콘도미엄 회원 등 특정인에게 골프장이용기회의 특혜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골프장 관련 규정을 어기고 골프장 회원권을 분양했다는 의혹을 샀고 여수 시민행동은 이 업체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안은 업체가 지난해 12월 주거래 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업체가 사느냐 죽느냐는 오는 4월 중에 가려질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이 업체가 여수시와 협약한 100억 원 규모의 ‘공익사업’(청소년수련시설) 이행 약속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6년여 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연보전이라는 팽팽한 대립이 결국 워크아웃까지 이르러 시민들은 허탈하다.

여수 시티파크 리조트 사업은 민선 2대 시장의 결단에 의해 추진되어 온 대형 지역 개발 사업이다. 시민단체들은 여수에 무조건 골프장 설치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자연 훼손과 국가 산단 공해 차단막 무산, 특정인 특혜, 투기 가능성, 공익사업에 대한 불신 등을 전제로 도심 속의 녹지대 수문산 골프장을 반대 했던 것이다. 결국, 이 예단은 적중한 것이다.

정부와 여수시, 업체의 무리한 사업추진은 지역주민에게 환경훼손과 도심 속의 수문산만 상처를 입고 있다. 지역의 대형 개발 사업을 성공리에 추진하려면 시민의 소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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