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주차장으로?
공원을 주차장으로?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0.12.2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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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다운 공원이 부족한 여수에서 공원을 주차장으로 만들려는 계획은 여수시민 단체 연대회의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후 폭풍이 만만찮을 것 같다. 여수시는 선소 앞 해변에 가까운 용기 공원을 주차장으로 만들고자 48억의 예산을 책정, 의회에 제출했다. 여수시의회는 지난 20일 제129회 정례회 7차 본회의 개최해 2011년 세입 세출 예산안 등 17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던 학동 용기공원 공영주차장 시설 사업비는 도시공원과 녹지 등에 관한 법 등 관련법 위반 논란 속에 표결에 부쳐져 찬성 10, 반대 9, 기권 1표로 집행부 안대로 가결된 것이다. 그러나 용기공원의 경우 반대 뜻에 선 의원들이 애초 근린공원시설로 멋대로 개발 할 수 없는 지역이어서 공원법 등 관련 법률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과 시민단체 연대회의도 법규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태도여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집행부는 당초 계획대로 공원을 조성할 것이며 엑스포 기간 중 사용될 주차장을 시설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예산 항목이 공영 주차장 시설사업비로 제출돼 설득력을 잃고 있다. 특히 박람회장 주변도 아닌 곳에 주차장을 건설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앞으로 통합 청사를 짓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 같다.

도시인에 있어서 공원은 전원의 추억과도 같은 곳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시역(市域)의 확대, 도시인구의 증가, 생활의 근대화, 국민소득의 증가 등이 공원의 필요성을 가중시켰고 양과 질에서도 급속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중 도시공원이란 도시계획 구역 안에서 자연경관의 보호와 시민의 건강. 휴양이나 정서함양에 이바지하려고 만들어지는 시설이다. 도로, 광장, 화단, 분수, 조각 등 조경시설, 휴게소, 장의자(長椅子) 등 휴양시설, 그네, 미끄럼틀, 모래밭 등 유희시설, 정구장, 수영장, 궁도장 등 운동시설, 식물원, 동물원, 수족관, 박물관, 야외 음악당 등 교양시설, 주차장, 매점, 변소 등 이용자를 위한 편익시설, 관리사무소, 출입문, 울타리, 담장 등을 망라한다.

세계적으로는 센트럴파크(뉴욕), 하이드 파크(런던), 룩셈부르크 공원(파리), 불로뉴 공원(파리), 하겐베크 공원(베를린) 보루게세 공원(로마) 마운트로셀공원(몬트리올) 히비야공원(동경)등이 유명하다. 공원은 도시의 삶과 새로운 변화를 앞서 수용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민주주의 텃밭이라고도 한다. 윈스턴 처칠은 “인간은 공간을 형성하고 공간은 인간을 형성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진정한 공원은 자연을 회복시켜주는 차원을 넘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삶의 질을 높여가는 대화의 광장이기 때문이다.

 일본 나가사키의 “하우스텐 보스”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왕궁과 거리를 재현하여 일본 속의 네덜란드라 불리는데 네덜란드어로 숲 속의 집이라는 뜻이다. 40만 그루 30만종의 화초가 자란 곳이다. 이 곳 주차장은 주차공간의 사이사이에 키가 큰 조경수를 심어 마치 공원의 일부처럼 보이고 있다. 우리처럼 시멘트 바닥이 주를 이루고 있는 황폐한 모습이 아니라 친환경적이다. 이런 세심함이 돋보인다. 엑스포를 개최하고 국제도시로 위상을 제고하려는 여수는 공원다운 공원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공원이 아닌 주차장을 건립하려는 것에 반대의 목소리는 당연하다. 주차장은 편의를 제공하지만 공원은 자연보호라는 넓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인다. 잃어버린 에덴동산의 향수가 인간들에게 공원을 만들게 한다고 한다. 자연이 훼손되는 개발 보다는 삶의 질을 고민하는 정책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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