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너희들이 한 일이 뭐가 있어?
시민단체, 너희들이 한 일이 뭐가 있어?
  • 남해안신문 기자
  • 승인 2010.10.19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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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력하나마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반대 성명서나 발표했지 잘못된 시정을 강하고 확실하게 막지 못해서 여수시가 이렇게 되었다는 의미의 질책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하는 활동만 했지 긍정적이고 직접적인 실천 활동을 한 것이 없다는 의미의 질책인 것 같다. 시민들께서 이러한 의미로 질책하시면 필자는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하며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린다.

그런데 오늘은 위와 같은 질문에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고자 한다.

첫째로, 시민단체는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시민협 같은 시민단체는 집행하는 단체가 아니라 감시하고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다. 언론은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사명을 갖고 있고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언론이나 의회가 직접적으로 집행하는 사업이 없다고 한 일이 없다거나 필요 없는 조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시민단체가 단순한 감시와 견제를 넘어서서 문제되는 시정을 몸으로 막을 수 있고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직접적인 사업을 집행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성격이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구이다 보니 성명서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변명을 먼저 드린다.

두 번째로 시민단체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시민협 같은 시민단체는 시나 국가로부터 단돈 일원의 지원도 없이 일반시민들이 시간과 회비를 내서 만나고 논의하고 운영하는 단체이다. 그렇다보니 직접적으로 활동할 인력도 부족하거니와 재정도 부족하다.

직접적인 사업을 준비하다가도 인력과 재정부족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시민단체의 잘못이 많다. 좀 더 많은 시민들이 활동에 참여하고 좀 더 많은 회비를 받을 수 있도록 활동하지 못한 것은 분명 시민단체의 잘못이고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현재 시민단체의 힘은 미약하다는 변명을 드린다.

세 번째로 나름대로는 노력한다는 것이다.

밖으로 보기에 하는 일도 없고 반대만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단체 안에서는 직접적인 실천을 하고 긍정적인 사업을 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또한 잘하고 있는 것은 굳이 잘한다고 언급을 하지 않다보니 반대만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무분별한 개발 사업, 지나친 재정적자와 지방채발행, 시의회 개혁방안 등등에 대해 많은 반대성명을 냈지만 그것과 동반해서 현지 탐방, 집회 및 시위 그리고 개혁입법 조례 제정 등의 실천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또한 반대하는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횡단보도 설치 등 각종 건의, 고구마 캐기나 답사 같은 체험행사, 사회복지 시설 지원 및 봉사 활동, 자치 강좌와 토론회 실시 등의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긍정적인 사업들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나름대로의 노력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변명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만큼의 사업을 진행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시민단체는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만약에 시민단체가 없었다면 무분별한 개발 사업과 재정 적자 및 지방채 발행 등의 지난 시정의 문제가 제기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따라서 전혀 의도하지도 않았고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판단하기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장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소금은 평상시에는 필요 없고 하는 일이 없어 보이지만 음식의 맛을 내고 썩지 않게 하는데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정우 여수시민협 실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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