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오현섭 수사 파장속 엑스포 준비 분주한 여수
<광주일보>오현섭 수사 파장속 엑스포 준비 분주한 여수
  • 광주일보 김지을기자
  • 승인 2010.09.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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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는 상처투성이였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한국의 나폴리’를 만들겠다던 주민들의 의욕은 ‘오현섭(60·구속) 전 여수시장’ 비리 사건으로 한풀 꺾여 있었다.

세계박람회가 60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성공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도, 대형 홍보탑도 초대형 뇌물 사건에 가린 듯 했고, 기반시설을 갖추느라 한창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했던 시내 거리와 박람회 개최지 일대도 한산해 보였다.

오 전 시장이 재임 당시 추진했던 ‘야간경관조명사업’을 비롯해 ▲이순신광장 조성(460억원) ▲문화의 거리 조성(131억원) ▲인공해수욕장 조성 사업(84억원) 등으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애써 모른 척 외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주민뿐만 아니었다. 공무원과 시의원들은 뇌물 사건 얘기를 꺼내는 것 조차 꺼렸다. 여수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설령 알고 있어도 말해줄 사람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기껏 이야기를 꺼내도 “하위직 공무원이 뭘 알겠냐, 먹고 살기 바쁜데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여수시의회 내부에서도 “의원이라고 말하기 부끄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정 해양환경을 자산으로 박람회를 개최하는 도시 이미지가 온갖 뇌물이 난무하는 ‘비리 천국’인 것처럼 비쳐지면서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찌푸리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여객터미널 인근 식당에서 만난 주민은 “‘쪽팔려서’ 여수출신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고, 한 주민은 “일부 양심 없는 정치인들 때문에 죄없는 시민들만 온갖 욕을 먹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집행부와 의회가 한통속이니 예견된 사건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지방의회 의원이 민주당 일색인 탓에 같은 당의 단체장을 견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방권력이 부패와 비리의 늪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정(自淨)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에선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박람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차질이 없도록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했던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조성 등 박람회 지원 사업이 개시된 만큼 다시 한번 성공개최 붐 조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와 전남도가 9일 “성공 개최를 위해 다시 뛰자”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여수시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박람회 유치에 한목소리를 냈던 주민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면서 “하루빨리 사건이 마무리돼 두 번의 도전 끝에 유치한 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지역의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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