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개최도시의 노사 문화
엑스포 개최도시의 노사 문화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0.08.22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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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BIE 실사단을 환영하는 인파는 시내 곳곳의 잘 치장된 도로변에 나와 피켓과 깃발을 흔들면서 열렬한 환영을 했다. 성대한 환영, 거북선 잔치 참여 등 이들은 감동했고 아름다운 도시 여수 시민은 엑스포를 치를 자격이 있는 시민이라는 극찬을 쏟았다. 이날 첫 만남은 시청 회의실에서 BIE 실사단 대표와 시민대표의 면담이었다. 대표단의 날카로운 질문이 장내를 긴장시켰다. 여수에 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대표단은 여수국가 산단 노동자 대표에게 노동조합은 여수에서 엑스포가 개최하는 것을 찬성하느냐, 찬성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당시는 여수 하면 강성노조를 떠올리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답변자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답변에 나선 노동자 대표는 노동조합은 세계박람회개최는 고용증대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어 노사 간 분쟁이 야기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는 노사관련법과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분쟁 발생 때 노사 간 협의에 의해 잘 해결되며 상호 간 대화 방법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염려가 없다고 답했다. 결국, 이 명쾌한 답변은 BIE 실사단에게 지역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부각시켰으며 그해 11월 27일 총회에서 여수가 엑스포 개최도시로 결정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엑스포 도시인 여수에서 건설노조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공황 상태인 여수를 더욱 침울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임금 협상의 결렬로 부분 파업을 벌여온 여수지역 건설노동조합이 9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설비확장, 기계조립, 관급공사, 신규건설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여수산단 내 호남석유화학이나 화인케미컬, 금호 석유 2공장, 휴켐스 등 건설 사업장들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지역경기도 더한층 깔아 앉고 있다.

건설노조는 지난 5월 초부터 사측과 함께 모두 22차례에 걸쳐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으로 임금 13~15% 인상, 다른 지역 근로자도 여수 현장에서 일하면 단체협약을 같게 적용할 것, 노조비 원천징수 유지, 협약 유효 기간을 해마다 6월 말까지로 하는 내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인 여수산단건설업협의회는 애초 임금 삭감에서 한발 물러나 임금 동결과 여수지역 근로자에 한한 단협 적용, 노조비 원천 징수 조항 삭제, 8월 초인 협약 유효기간 현행유지나 3개월 연장 등을 제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파업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는 여수상공회의소, 경영인 협회 등 경제 단체들이 파업 중지 성명을 내고 관계기관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재에 나섰으나 별무 반응이다.

지금 여수 신항 일대서는 박람회 기반시설공사가 한창이다. 조직위는 여수 세계박람회 전시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종 전시장 설계 공모, 아쿠아리움, 관광호텔 사업자 선정, 부지 조성사업, 엑스포 촌 건설 등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정부의 철도,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등 SOC 확충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도 시민은 엑스포 특수를 실감하지 못하고 도리어 각종 정치적인 사건으로 실망과 아픔의 상처만 깊어 박람회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유치 때 보여줬던 열정이 실종되고 만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 노조의 장기 파업은 우리를 더욱 침울하게 하고 있다.

결국, 강성노조 이미지는 민간 투자에 적잖은 지장을 가져오게 된다. 호텔, 케이블카 등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시설 등 엑스포를 활용한 관광도시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게 될 각종 민자 사업이 오는 9월께까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물 건너가고 만다. 이 중대한 시기에 장기 파업은 여수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노사 양측은 양보와 대화를 통해 근로자들의 근무여건 개선과 지역 사회의 시급한 상황을 깊이 인식해 합리적으로 조기 해결에 나서야 한다. 엑스포 도시의 노사문화는 한층 선진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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