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바란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바란다
  • 남해안신문 기자
  • 승인 2010.05.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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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국민이 주인 되는 시절’이 도래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국민이 주인 되는 제도 아닌가? 백수가 된 뒤로 시간 맞춰 출퇴근 할 일은 없어졌지만 아침 저녁으로 아파트를 드나들거나 거리를 지날 때에 6.2선거 입후보자들이 허리 숙여 공손하게 하는 인사를 받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그런 한 편 뭔가 허전하고 모자란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다. 진짜 주인은 우리들인데 왕년의 경험으로는 선거기간 만 우리가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들이 주인노릇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역민을 위하여 봉사하겠다고 나선 입후보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도대체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후보자들끼리 합동으로 소견도 발표하고 토론도 전개하여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후보가 더 나은지를 가늠할 수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선거법이 개정되어 그런 기회 자체를 가질 수가 없으니 투표권자로서는 여간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참여 태도에서 벗어나서 우리들의 바람과 의견을 개진하여, 거꾸로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이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여 그것을 공약과 정책으로 제시하는 능동적인 참여민주주의를 꽃피울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지어 몇 가지를 후보자님들에게 제언하고자 한다.

우리 고장 여수는 충무공 이순신장군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장이다. 우리 민족 최대 비극인 임진-정유 7년 전쟁을 준비하고 수행하고 마친 곳이 우리고장 여수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충무공의 애국혼이 넘실대는 곳이 우리고장이요, 골목마다 이순신 걸음마다 충무공인 곳이 우리가 사는 지역이다.

그리하여 우리고장을 찾는 사람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장군 관련 사적지나 유물을 보고 가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그런 분들을 모시고 현장에 가게 되면 실로 자괴감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우선 먼저 방답진 선소를 가보자. 방답진은 남해바다를 통해서 쳐들어오는 왜구를 막아내는 전라좌수영 제일선에 있는 진지였다. 게다가 방답진 선소는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라고 자랑하는 거북선을 만들었던 곳이다. 그런데 그렇게도 중요한 사적지가 쓰레기통이나 폐선처리장을 연상케 하고 있다.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송현 마을의 이순신장군 자당님 기거지는 어떤가? 진입로는 겨우 만들어져 있으나 포장도 되어 있지 않고 기념비라고 세워 논 것이 조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장군님의 자당님이 살던 집터는 개들만이 떼로 몰려 방문객을 향하여 무섭게 짖어댄다. 장군의 어머님이 한두 달 사신 곳도 아니고 무려 5년이나 사셨던 곳이다. 효성이 지극했던 이순신 장군이 그 바쁜 와중에도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리려고 자주 찾아뵈었던 곳이다. 마땅히 충효교육관 같은 것을 건립하여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나라사랑, 백성존중, 부모공경을 배우고 익히는 현장이 되게 할 일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보 304호 진남관을 새로이 단장하고 충민사 경내를 넓히고 아름답게 꾸민 것은 치하할 만하다. 아마도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찾아오는 국내외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의 일환이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것이 좌수영 관련 박물관 건립이다. 2012엑스포를 찾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겠는가? 하늘을 찌르는 높은 건물이나 아름다운 해안선, 바다 위를 건너지르는 멋진 다리 같은 것은 우리 여수 아니라도 얼마든지 있으며 그들 것이 우리 것 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것으로 경쟁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지역의 역사고 문화고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박물관이다. 그런데 박물관은 그만두고 전시관 하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이 우리고장 여수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박람회가 열리고 우리고장을 찾아온 선진 문화 국민들이 “여수에 박물관이 있습니까?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하고 요청하였을 때 우리들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지금부터서라도 서둘러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 고장에는 좌수영 및 임진왜란 관련 유물을 상당수 보관하고 있는 사설 박물관이 있다. 사설박물관 설립자와 긴밀히 협의하여 우리고장의 보배라고 할 수 있는 국난극복의 유물들이 만천하에 얼굴을 내밀 수 있도록 적극적인 초치가 있어야 세계인과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곁들여 청소년을 위한 유스호스텔 등도 시급히 건립되어야 한다. 우리 고장은 천혜의 명승지인데다가 국난 극복의 현장이요 국내 굴지의 산업단지가 함께 있는 곳이다. 2년 후에는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곳이다. 이러한 모든 여건을 살려서 청소년 수련시설을 건립하고 국내외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우정을 나누고 미래를 설계하고 인류공영의 길을 찾게 한다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겠는가? 거기에 더하여 그들이 장성하여 일가를 이룬 다음 식구들과 함께 여수를 찾는다면 그것이 곧 주민들의 소득증대에 직결되는 관광인프라 구축이고 지역발전의 미래 비전 아니겠는가? 엑스포 개최기간에는 방문객을 위한 숙박시설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유스호스텔 건립 같은 사업은 미룰 일이 아니다.

내친김에 한 가지만 더 얘기해야 되겠다. 요즘 보니 진남관 뒷길을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인 것 같다. 이왕 넓힐 거라면 여수만의 특색을 살려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거리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좌수영 성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이니 좌수영 거리라고 이름 붙이고 400여 년 전 좌수영 시대의 풍물을 재현해 놓고 푸짐한 먹거리와 특색 있는 기념품 판매 거리를 조성한다면 우리고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번 쯤 고려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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