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의 복원 박람회 전에
향일암의 복원 박람회 전에
  • 이상율 기자
  • 승인 2010.01.05 14: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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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경신년 초하루, 돌산 향일 암 대웅전 앞마당에도 아침 해는 비쳤다. 동해의 수평선에서 옅은 구름 사이로 떠오른 황금빛 태양은 바다를 온통 용광로처럼 이글거리게 했고 금오산 일대를 감쌌다. 대웅전 마당에 모인 2만여 명의 해맞이 손님들은 희망과 염원을 기원하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이를 맞았다. 불타 없어진 대웅전의 복원을 기원하는 마음도 햇살에 녹아드는 듯했다.

올해 향일 암의 해맞이 행사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20일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대웅전 등 주요 건물 3동이 불탔는데 화재 원인도 밝히지 못한 체 해맞이 행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여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과 불자, 공무원이 발벗고 나서 불탄 잿더미를 걷어내고 주변 정리를 신속히 했다. 각종 이벤트를 간소화하고 소망 풍선 날리기, 소원지 날리기, 소원 연날리기 체험, 2012인분 희망떡국을 만들어 함께 나눠 먹으면서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성공을 기원하고 새해 소원과 건강을 기원하는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향일 암은 국내 3대 관음 기도 처로 잘 알려진 암자이다. 서기 659년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화엄사 말사로, 1984년 2월 전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로 지정됐다.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돌산도 남쪽 끝머리 마치 거북이 형상의 지형 가운데 등허리에 부분에 자리 잡은 향일 암은 한해 수십만 명의 관광객과 참배객이 찾고 있다.

동백 숲이 우거지고 암자 주변 바위는 온통 거북이 등처럼 무늬가 새겨져 있고 암자로 통하는 길로 가려면 거대한 바위 틈새를 비집고 지나야 하고 암자 뒤편 금오산 정상 부근에는 바람결에도 흔들리는 흔들바위가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올해 향일 암은 각종 사고가 잇댄 수난의 해였는가 보다. 지난 4월에는 40대의 정모씨가 대웅전에 침입해 수천만 원 상당의 불재를 훼손한 일도 있다. 정씨는 대웅전에서 들고 있던 알루미늄 파이프를 휘둘러 인등불상 4점 등 5,0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끼쳤다.

이어 지난 20일은 화마로 8개 건축물 가운데 가장 핵심인 대웅전을 비롯해 3개의 건축물이 소실된 것이다. 특히 대웅전은 지난 9월 순금을 금박형태로 가공해 전각 내외부에 붙이고 단청을 마쳐 화려하면서도 전통단청을 살린 황금단청을 입힌 법당으로 신도들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불과 4개월여 만에 당한 참사 앞에서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을 안타깝게 한다.

이번 향일 암 사태에서 또, 한번 문화재의 체계적 관리를 지적하게 한다. 시는 올해 초 암자에 CCTV와 대형물탱크 시설에 대한 예산을 지원했는데, 완공된 물탱크는 화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고 CCTV는 아직도 설치되지 않아 화재 원인을 가릴 수 있는 작업도 장해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향일 암을 이대로 방치 할 수는 없다. 해마다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향일 암은 2012 여수 세계 박람회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거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람회가 시작되는 날이 5월 12일이어서 시작에 즈음하여 부처님 오신 날이 도래한다. 향일 암을 찾는 대부분의 불자(佛子)는 경남북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박람회 근거리 영향권으로 향일 암을 찾는 사람들이 박람회의 주요 손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 여수 세계 박람회 개최 이전 복원이 시급하다. 전남도는 물론 여수시도 복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가장 먼저 종단이나 불자에 의한 자력 복구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 건물의 복원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목재구입, 수작업, 단청 등 정교함이 필요한 건축 방식으로 단기간에 완공될 수 없다. 행정 기관, 종단, 불자, 시민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최단 복원을 서둘러야 하겠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를 계기로 사찰 문화재에 대한 대비도 함께하도록 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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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dtkdtns 2010-01-16 22:13:43
내용 잘 쓰셨습니다.혹시 경인년을 경신년으로쓴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