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아니라면’
  • 남해안신문 기자
  • 승인 2009.12.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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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여수YMCA사무총장)
2009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두 전직대통령이 허망하게 스러져가고, 용산참사, 4대강사업, 세종시 수정 등 줄 이은 이슈로 인해 ‘다사다난’이란 상투적인 회고마저 돌이킬 여유조차 없이 연말이 휙 하고 지나가고 있다.
그러한 대한민국 안에서 여수는 또 여수만의 신음을 앓고 있다. 유치확정 2년, 개최준비 2년을 보냈지만 남은 2년이 버겁게 느껴질 정도로 세계박람회의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말, 우여곡절 끝에 여수세계박람회 기공식이 열렸다. 참석한 국무총리는 예의 화려한 수사로 남해안시대를 활짝 여는 명품박람회 성공개최를 선언하였다. 개최시기동안 예상되는 교통난, 숙박 인프라 부족 등으로 우려가 많던 지역에 희망의 메시지인가 싶었다. 하지만 기공식 직후 열린 강동석 조직위원장의 기자회견으로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강 위원장은 시내연계도로망 확충과?관련해 정부의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그 대안으로 부분 확장, 신호체계개선 등 교통 공학적 방법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미 교통연구원에 여수시 교통소통 전수조사를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민간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숙박시설 확보와 관련해 고급 숙박시설은 인근 남해와 부산 등지의 호텔을 활용하고, 일반인의 숙박시설로는 여수지역에 건설 중인 민간아파트 일부를,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학교교실을 합숙소로 만들어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복안이라고 내놓은 조직위원회의 대책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것이다. 먼저 교통도로와 숙박시설 확보는 근원적으로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재원이 부족하고 법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박람회특별법을 강화, 보완해서 부족한 인프라를 보강하도록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여 방법을 찾기보다는 무력하게 땜빵 처방으로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는 우리가 바라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유치는 물론 이미 유치된 기상해양학 총회 개최도 불가능해질 터이다.

결국 항간에서 우려한대로 여수세계박람회는 3개월짜리 이벤트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조직위원회가 사후활용방안이라며 제시한 세계적 명품 쇼 운운에서 그런 느낌은 더욱 농후해진다.

결국 실질적인 시설물이나 사후활용 콘텐츠는 포기하고 그럴듯한 화려한 쇼나 즐기며 박람회를 흘려보내자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현재 공백인 국회박람회특위 제2기 구성을 서둘러서 박람회특별법을 보강하고, 부족한 정부재원을 추가로 확보해야한다.

호텔을 막연한 민간투자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연간 6조 원의 국세를 걷고 있는 여수산단 입주기업들이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설득과 인센티브정책을 펴야한다.

그간 지역사회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2012년도 기후변화당사국총회를 대한민국에서 유치하기로 한 마당에 이를 여수박람회와 연계하여 여수에서 유치될 수 있도록 조직위원회가 지역과 협력하여 적극 나서야한다. 이것이 유치되면 그간 머뭇거렸던 민간자본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이다.

추진력과 능력을 가진 분으로 환영받으면서 조직위원장에 취임했던 강동석 위원장이니 이러한 지역의 의심과 비판에 억울해할지 모른다. 그것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것이 아니라면, 정부와 조직위원회의 성공박람회 의지가 정말 박약하지 않다면 뭔가 명쾌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답답해하는 지역민들이 시원스럽지는 않더라도 수긍이 될 대답이라도 있어야 한다.

역대최고라는 구호만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부실하다 지탄받았던 그 기본계획마저도 자꾸만 후퇴시키는 답답한 2009년이 내년 2010년에도 반복되어서는 참으로 안 될 일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2012여수세계박람회는 반드시 성공시켜야한다. 실패박람회가 지역은 물론, 국가와 정부에 미칠 폐해가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개최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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