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발상과 세박
카네기 발상과 세박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9.12.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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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왕 “카네기”는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간 아일랜드 사람이다. 여섯 살 때 어머니를 따라 동네 슈퍼를 갔다. 슈퍼 주인은 귀엽게 생긴 카네기를 보고 매장에 진열돼있는 앵두를 가리키면서 집어먹으라고 했다.

그러나 카네기는 앵두를 집지 않았다. 몇 차례 권하던 주인은 쇼핑이 끝나자 앵두를 한 움큼 집어 카네기의 두 손바닥에 놓아 주었다. 밖으로 나온 어머니가 “사내가 웬 부끄러움을 그렇게 많이 타느냐?”라면서 나무랬다.

그때 카네기는 어머니에게 “ 엄마 그 아저씨의 주먹이 내 주먹보다 컸어.”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여섯 살의 카네기는 그때 이미 도량형(度量衡)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앵두를 자신이 집으면 몇 개 못 갖겠지만 주인이 주면 훨씬 많은 앵두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계산하고 있었다.

스스로 집어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갈려있다. 이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에스키모에게 선풍기를 팔고 사막에서 담요와 난방기를 파는 것, 안 된다는 것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명실상부한 세계 3대 축제 중의 하나로 각인되고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 구현과 해양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첩첩하다.

국가는 국가대로 조직위와 전남도, 여수시 그리고 공동번영을 꿈꾸는 남해안 지역의 지자체와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정부는 서울- 여수 간 KTX, 전주- 광양 간 고속도로, 고흥- 여수 간 교량 건설 등 SOC 확충은 순항 중이다. 조직위는 참가국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일본, 중국, 독일, 터키, 스페인, 태국 등 30개국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3개 국제기구가 공식참가를 통보해 왔고 공모를 통해 국가관에 '다도해의 은유', 주제관에는 오스트리아의 '하나의 바다(One Ocean')를 선정했다.

국내 최대 규모 수조 6,030톤으로 건립되는 아쿠아리움엔 세계적 희귀생물인 ‘흰 고래’를 도입하는 등 국내최초 연구·교육 중심 형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흰 고래는 앞머리가 둥글고 독특한 부리모양의 주둥이 때문에 ‘Beluga whale' 혹은 간단히 벨루가(Beluga)라고 불리며, 등지느러미가 없고 몸길이는 최대 5.5m에 달한다.

주로 기름·가죽·고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사냥되며 북극 지방에서는 사람이나 개의 식량으로 사용됐다. 박람회장 사후 활용계획도 여수선언, 여수 프로젝트도 로드맵을 정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부족한 것도 적잖다.

당장 고급 숙박시설, 시내 교통체계, 사후 활용이 대표적으로 미흡한 부분이다. 호텔의 경우 여수시 도시공사, 전남도개발공사, 여수시의 민자 유치 등이 MOU 체결까지는 상당수에 이르고 있지만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어 어느 것 하나 가시화된 것이 없다. 디오션이 200실 규모의 호텔 신축을 확정했고 일부 내년 3월께면 공사에 들어갈 업체도 몇 있어 기대를 걸지만 태부족이다.

여수박람회는 2012년 5월12일부터 8월12일까지 총 93일 동안 열리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총 800여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람회를 찾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도록 홈스테이, 천막촌, 아파트 임대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마련하고 기존 숙박 시설도 내부를 청결하게 손질하는 등 시민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인근 지자체와도 협력체계를 돈독하게 해 함께 풀어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SOC 확장으로 접근성은 제고 되더라도 시내에서 박람회장까지의 연접 도로가 심각한 정체를 예상하고 있다. 연계 도로 가운데 핵심 3개 노선을 선정해 1개 노선만 정부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구가에만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이제는 문제 해결에 지방정부 즉 전남도와 여수시도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아울러 기존 도로의 확장, 신호체계, 일방로 설치 등 교통 흐름을 개선 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조직위는 사후활용도를 높이려는 방안으로 박람회장 앞 해상에서 세계적 공연작품 연출 방안을 제시했다.
오동도 북방파제 끝머리에 예술성이 높은 조형 등대 설치를 공모하고 16일과 17일 프랑스 해양공간 개척자 '아리엘 푸크스(자크 루즈리재단 사무총장)' 일행의 여수 행차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항주 소호에서 인기를 끄는 중국의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인상소호(印象蘇湖)'는 수상 무대에서 400명이 출연하는 '뮤직 칼'로 물과 빛이 어우러져 환상의 무대를 이루고 있다.

오동도를 배경으로 한 해상무대를 설치하고 여수 특유의 명품 쇼를 만들어 박람회가 끝나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사후활용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람회 개최가 겨우 1년 6개월 정도가 남은 시점에서 불만과 비판적인 목소리만 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 한다는 우리 속담처럼 궁측통(窮側通)이 되도록 해야겠다. 카네기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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