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립도서관 박삼숙
직장인들에게는 연말정산 때문에 분주해지는 시기가 이 때 쯤인 듯하다. 1년 동안 자신이 낸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고 정산자료들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라고 권하고 싶다.
돌려받는 것보다 세금을 낸 만큼 혜택을 많이 받는 것 말이다. 그 방법은 더욱 쉽고 생활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도서관에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세금의 부가가치는 얼마나 될까.
여수시가 운영하는 도서관은 모두 6곳.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인구대비 가장 많은 시립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말 도서관 통계에 의하면 전남도내 시군 산하 도서관은 모두 20개, 그 중 6개관을 여수시가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여수시민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고 많은 혜택이 시민들에게 주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도서관은 매년 2차례 ‘책 읽는 가족’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 하반기 ‘책 읽는 가족’으로 선정된 한 가족 4명이 5개월간 빌려간 책은 899권에 달한다. 이를 한 권당 1만원으로 환산하면 899만원이나 된다. 이것을 다시 1년간으로 예상해 본다면 무려 2천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돌려받는 셈이 된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쓴 박경철 원장이 얼마 전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말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시절, 교사(校舍)가 지어지고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중 가을날의 따스한 햇살과 단풍을 보며 도저히 수업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책상을 빼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책을 읽었다는 얘기다.
책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무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책 읽는 가족으로 선정된 가족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책은 또 어떤 가치가 되어 이 사회에 환원될지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를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책만 빌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다양한 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한다.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때문에 임시로 상영을 중단하고는 있지만 토요일이면 가족들이 아예 점심을 준비해서 도서관으로 나들이를 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또 방학기간이면 디지털자료실을 이용해 가족들끼리만 또는 친구들끼리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붓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곳, 바로 도서관이다.
요즘 나이와 학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평생학습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뜨겁다. 도서관에서도 연중 성인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서관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강의를 제외하고는 전액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연 2천800여명이 수강하는 등 시민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실시한 강좌 중에서 ‘동화구연 지도자 과정’은 주부들과 독서지도 등의 강의를 하고 있는 시민들, 어르신들까지 참여해 가정과 사회 속에서 한 몫 단단히 할 여성들의 열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역사회 내에서 여러 가지 평생학습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도서관에서의 프로그램들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관은 단순한 공공시설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서관 학자 랑가나단은 도서관을 성장하는 유기체라고 했다. 단순히 시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른 시설들보다 앞선 문화가 숨쉬는 곳이다. 책이 있고 사람들 사이의 얘기가 오고 가는 곳이다. 어릴 적 엄마 아빠의 손을 맞잡고 주말이면 왔던 곳을 청소년이 되어서도 오고, 어른이 되어 이젠 자신의 자녀들과 올 수 있는 도서관은 개인의 역사가 담겨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 박완서가 책이 귀했던 때 문이 닫힐 때까지 책을 읽었던 어린 시절의 도서관, 이제는 그 도서관에 자신의 책들이 꽂혀 있는 것을 볼 때 작가에게 도서관은 어떤 의미이겠는가.
돈으로 값을 매긴다는 것이 다소 통속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돈으로 환산되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세상이니 만큼 도서관에서 얻을 수 있는 값은 얼마일까.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서 책을 다섯 권 빌려보고, 문화강좌를 수강하고, 토요일마다 영화를 본다면 한 달에 얻는 수익은 문화강좌 한 달 수강료를 5만원으로 산정했을 때, 27만8천원을 버는 셈이 된다.
이래도 연말정산에만 급급해 할 것인가. 도서관에 오면 내가 낸 세금을 저절로 돌려받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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