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투발루인 입니다!’
‘우리는 모두 투발루인 입니다!’
  • 남해안신문 기자
  • 승인 2009.09.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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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여수YMCA사무총장)

▲ 이상훈 여수YMCA사무총장
남태평양 적도부근에 인구 1만2천의 조그만 나라 투발루공화국을 아십니까. 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는 밀물 때는 섬의 대부분이 물에 잠긴답니다. 그러다가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는 흙과 모래가 함께 쓸려나가면서 점점 해수면이 높아져 갑니다.

이런 추세라면 30년 후인 2040년경이면 이 나라는 완전히 물에 잠겨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만답니다. 9개 섬 중 2개는 이미 가라앉았고요. 그래서 이 나라는 큰 대륙의 어딘가로 주민들을 이주시킬 새로운 영토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땅을 찾고 있답니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바닷물이 휩쓸고 간 땅은 소금에 절여져 곡식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먹는 물이 고갈되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요. 두말할 것 없이 지구온난화현상 때문입니다. 이미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경고했듯이 우리 인류가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쓸 경우 금세기 안에 지구온도가 5~6도 높아져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인류의 70%가 멸족할 것이란 사실이 투발루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투발루 사람들이 이런 위험을 감지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5~60년 전 부터라고 합니다. 몇 년 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운동의 일환으로 열린 국제심포지엄, 그리고 올해 인천에서 열린 2009세계도시물포럼에 참석한 아피사이 엘레미아 총리는 투발루는 농업과 어업, 관광이 주요산업인 가난하고 조그만 나라로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나라인데도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서 투발루의 대책을 전 지구적인 관심사로 여겨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해양을 주제로 하는 여수박람회가 기후변화의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여수박람회 유치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습니다. 교토의정서 채택 등 인류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 대책을 논의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각국의 경제논리와 힘의 논리가 앞서 실질적 대책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은 이 의정서에조차 참여하지 않아 뭍나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투발루에서 가까운 오스트레일리아는 투발루의 단체이민을 거부했고 뉴질랜드도 1년에 75명만 이민을 허용하는 인색한 자국주의에 빠져있습니다.

녹색성장을 내건 우리나라도 실천보다는 생색내기 정도에 그쳐 그다지 모범적인 점수는 못 받고 있습니다. 이를 만회하고 대한민국이 기후변화해법의 메카로 우뚝 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습니다.

이미 지구기후변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세계박람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투발루 등의 지지를 얻어 유치한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그것입니다. 우리는 박람회 기간 동안 기후변화당사국총회를 여수에서 개최하여 여수선언을 통해 그 해법을 제시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근래 뜨거운 이슈가 된 광양만권 행정구역통합 관련한 문제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즉 세계박람회의 한 사이트인 광양만권 인접 3개시가 하나가 되어 기후변화당사국총회를 유치, 개최하고 그 성과물로 인류의 공통과제인 기후변화해법의 메카로 설 수 있는 전기로 도시통합문제를 바라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통합적 정책과 대응, 결집된 자원과 시민의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투발루 사람들은 ‘우리는 모두 투발루인 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오늘도 전 세계를 향해 절박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투발루가 먼저, 그리고 다음에 당신의 나라와 당신이 바다에 잠깁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9위, 2012년에 감축대상국이 될 것이 확실시되며 바로 그해 기후변화의 해법을 제시하겠다며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게 되는 대한민국이 투발루 사람들의 절규를 어떻게 들어야할까요. 여기에 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는 우리 고민의 핵심이 자리하고 있어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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