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선수군의 염원을 조각에 새긴다"
"옛 조선수군의 염원을 조각에 새긴다"
  • 강성훈 기자
  • 승인 2009.03.3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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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근 작가, 조롱박에 인간 삼라만상 새긴 조각 화제
▲ 옛 조선수군 인형을 제작중인 한종근 조각가.
“인간의 의지대로 만들어지는 조각보다 자연의 힘을 이용해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을 해 보일 것이다”

조롱박을 이용해 독특한 예술작품의 세계의 열어 가고 있는 지역의 젊은 작가가 있어 화제다.

특히 작품활동의 무대를 옮기면서 지역의 역사문화를 작품에 담아내는 노력 또한 함께 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여수시 선원동 ‘소풍’갤러리에서 조롱박 작품과 함께 수군 조각상 작업에 한창인 조각가 한종근씨(39).

한씨는 인물의 형상을 다양한 형태로 조각된 플라스틱 틀을 조롱박에 씌우면 자연스럽게 조롱박이 커나가면서 틀 모양대로 표면에 의도했던 모양이 새겨진다는 원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왔다.

조선대 조소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광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한씨가 조롱박 작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2001년.

“시골집에서 조롱박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저기에 조각을 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지역에서 사각형 수박을 만들었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고, 나도 저렇게 틀을 이용하면 되겠구나 싶었죠”

처음 2년간은 자신의 의도대로 작품이 나오지 않자 실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한씨는 둥글게 자라는 박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곡선미가 돋보이는 틀을 조각하고, 박의 성장 정도에 따라 적당한 틀을 맞춰 끼워주는 등 조금씩 조롱박 조각에 다가섰다.

조롱박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농사꾼이 되어야 했다.
2월부터 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운 뒤 3월에 본밭에 옮겨 심어 물과 비료를 주고 키운다. 박은 6월부터 열리기 시작하는데 완전히 크기 전인 7월까지 적당한 틀을 씌워준다.

틀 외에도 각종 용기나 뚜껑 등을 씌우거나 철사나 끈을 동여매 재미있는 모양을 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색다른 작품의 세계를 개척할 수 있게 됐다. 잇따른 해외 전시에서도 외국작가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2008년 싱가폴 비엔날레, 2007 아시아 현대미술 100인전 등을 비롯해 20여차례에 이르는 국내외 전시회를 통해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강요된 틀에 얽매인 인간의 고통이 그들에게 전이되어 가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인간은 인간을 닮은 그것들의 매달린 모습 속에서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해보기도 할 것이다”는 한씨.

3년전 작품의 무대를 여수로 옮긴 한 씨는 지역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조롱박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형상을 이끌어냈던 한씨는 이순신장군과 함께 임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지역 수군들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 작품에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민중들의 삶을 조명하는 작업의 일환이자 자연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고자 했던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이다”고 설명하는 한씨다.

한씨는 “개인전을 통해 지역 작가로서 지역의 역사문화를 담아내고 지역민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일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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