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 있는 공교육을
주인의식 있는 공교육을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9.03.23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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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맹모삼천(孟母三遷)이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올곧게 가르치려고 세 번의 이사를 했다는 고사성어(故事成語)다. 처음 공동묘지 부근에서 장례나 제사지내는 흉내를 내는 맹자를 시장 인근으로 옮겼고 시장 인근에서는 장사꾼 흉을 내는 모습을 보고 글방 옆으로 옮겼다. 글방 옆에서는 보고 배우는 놀이가 질서를 지키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이거나 글방 문틈으로 엿듣고 문장을 외우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학습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하는 대목이지만 지금은 어린 시절부터 무한경쟁시대에 내몰려있는 아이들에게는 격언 적 의미나마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현대판 맹모삼천이 여수의 교육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2008년 중학교 졸업생 수는 4,332명, 이 가운데 341명이 타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이들 가운데 내신 성적 상위 1%인 전체 43명의 학생 중 72%에 해당하는 31명의 학생이, 상위 2%인 전체 86명의 학생 중 68%에 해당하는 56명의 학생이, 상위 5%인 전체 216명 중 57%에 해당하는 124명의 학생이 외지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내 우수 인재가 타지역 고등학교로 진학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타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보호자 직업별 분포를 보면, 전체 341명 중 회사원(공단)이 126명(37%), 회사원(일반) 56명(16%)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영업이 65명(19%), 공무원이 34(10%), 의료인과 기타 60명(18%)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고소득자 분포이다. 타지역 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은 학교의 대입진학 실적이 우수해서가 54%, 183명, 적성을 살릴 수 있어서가 53명, 농어촌 전형의 활용이 44명, 특기를 살리고자 14명으로 여수의 학습 환경이 열악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평준화시행 이후 여수지역고등학교 학생들이 소위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진학률이 타지역에 비해 낮다. 특히 모 고교의 경우 학습 시설이 열악하여 기피학교로 분리됨으로써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여수 고교정원이 졸업 중학생보다 약 300여 명이 부족하여 타지역 진학으로 빠져나가는 학생이 없으면 고교 미진학자로 남는 것도 이를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타지역 진학률 상승은 여수 인구 감소 이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우리 지역에 대한 공교육 향상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다가서고 있다.

한편, 여수시는 전국최고의 공교육 만족도시 비전을 제시하고 우수교사확보, 학습 환경 개선을 통한 학생들의 학습열제고, 학부모의식변화를 목표로 올인 하기로 했다. 늦게나마 환영할 일이다. 그간 여수시는 공교육을 위해 2004년 11억, 2005년 22억, 2006년 30억 5천, 2007년 38억 9천8백, 2008년 50억 4천7백, 2009년 41억 8천8백의 교육경비를 지원, 영어교육기반조성, 방과 후 학교운영, 지역인재육성지원, 우수교사 사기진작, 지역 특화사업 등에 추진해왔다. 또한, 교육경비 지원 관련 조례를 개정, 예산의 5% (80가량)까지 늘여 학습 환경을 더욱 개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발전협의회 구성, 의견수렴(시민토론회) 시민의식조사(여론조사) 등을 통해 교육발전 중 . 단기 과제선정 및 추진계획수립 연말이나 2010년 초 여수 공교육발전계획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육에 대한 시민의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명문대 진학률로 고교 교육 전체를 평가하려는 잘못된 관습이 사라져야 하고 상위권 학생들은 타 지역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기숙사가 있고 상위권자들이 몰려 학습 분위기가 제고돼 우수학생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의 여론 지도층이 지방 교육문제를 거론하면서 정작 자신의 자녀는 예외여야 한다는 생각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역교육의 발전을 위해 구성원 스스로가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고 여수 교육의 발전을 위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교육은 학교, 가정, 사회가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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