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와 전남교육
일제고사와 전남교육
  • 남해안신문
  • 승인 2009.03.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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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태문 <전교조전남지부 정책실장>
▲ 김태문 교사
일제고사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문항으로 치루는 시험을 말합니다. 똑같은 잣대로 전국의 모든 학생을 한 줄로 세우겠다는 것입니다. 도시와 농산어촌, 서울의 강남 학생들과 전남 곡성의 학생들을 같은 잣대로 비교 하겠다는 것입니다. 출발점이 전혀 다른데 획일적으로 평가해서 한 줄로 세우겠다는 것이 일제고사입니다.

교육 당국에서는 평소 교육과정을 다양화해서 지역실정, 학교실정에 맞게 가르치라고 말합니다. 즉 학생들의 인성과 적성을 살리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개발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경쟁력 있는 학생을 기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전국 단위 일제고사라는 평가 방식으로 모든 것을 획일화 시켜버립니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결과 중심의 획일적 평가로 인해 과정 중심의 다양한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여기에 일제고사의 근본적 문제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일제고사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생기는 문제, 성적 결과를 교장이나 교사의 인사에 반영하거나 교부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은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한 무한 경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20년 전의 일제고사로 인한 학교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점수 부풀리기, 문제풀이수업, 시험지 유출, 성적 조작, 성적 누락 보고 등 제2, 제3의 임실 사태는 계속될 것입니다.

더구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한 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이 상대적으로 많아 꼴지 학교, 꼴지 지역으로 낙인찍힌 학생과 지역 주민들의 박탈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게 살아가는 농산어촌 지역의 학부모들은, 이제 낙인까지 찍혀서 어떻게 해서든 그 지역을 떠날 궁리를 할 것입니다. 교육과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전남지역은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열악한 농산어촌 학교가 많습니다. 사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부모가 많습니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결정되는 현실에서 우리 전남은 경쟁에서 밀리고, 뒷줄에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일제고사라는 평가 방법은 무한 경쟁과 한 줄 세우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고 이는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공정한 경쟁은 출발점을 맞춰야 합니다. 출발점 맞추기가 어렵다면 불리한 지역에 지원을 늘려줘야 합니다.

성적 지상주의에 의한 과열경쟁 국면에서 올바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교육 외적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남 교육은 더욱 황폐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남의 경우는 전남의 특성과 자율성을 살려서 보다 유리한 경쟁력 있는 요소를 찾고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소규모 학교를 활용한 질 높은 학습 방법,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노작 교육이나 친환경 교육 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전남의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는 학교로서의 기능 외에 지역 공동체를 묶어주는 지역 문화 센터로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단순한 경제 논리와 효율성의 논리로 통폐합시키는 것은 농산어촌 지역 공동체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행위입니다. 오히려 소규모 학교를 전남의 경쟁력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농산어촌 학교에 대한 보다 폭 넓은 지원을 위해 농산어촌교육지원특별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합니다.

겸임 및 순회 교사가 많아 한 명의 교사가 3~4개 학교를 돌며 교과를 가르치고 있고 과학 교사가 비전공인 수학을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있어 전남 교육의 질 저하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제 정부의 공교육 강화는 선택이 아닌 책무입니다. 공교육 강화를 통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는 마땅히 국민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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