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9.03.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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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아들을 위해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여 완주 끝에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의 동영상이 누리꾼으로부터 감동과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아버지 “딕호잇”과 아들 “릭호잇”. 아들 릭호잇은 TRAGEDY 증후군으로 태어나서부터 말하지도 걷지도 못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일반 학교에 보내 공부를 하게 하고 15살 되던 해 아들의 권유로 자선 돕기 5마일 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석 완주해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그 후 그는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했다. 아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버지가 끌어주는 보트나 자전거에 누워있는 것 뿐이었다. 마라톤 땐 휠체어, 수영 땐 고무보트, 사이클링 땐 보조의자에 아들 싣고 경기를 했다. 모두가 들어오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아버지와 아들이 들어왔지만 사람들은 그 부자를 위해 끝까지 자리에 남아 기립박수로 맞아주었다. 그 후로도 6,050km 미국횡단에 도전 완주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몸이고 아들은 아버지의 가슴이었다. 아들은 아버지 없었으면 할 수 없었고 아버지는 그가 없었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카소가 어렸을 때는 친구들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불량 학생쯤으로만 생각했다. 특히 수학을 하지 못해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런 그에게 “수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대신 넌 그림의 천재잖니”라고 아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었다. 지금 아버지들이 이런 격려의 말을 아들에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결국, 그는 세계적 화가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며칠 전 순천에서 아들이 현금 백만 원을 주어온 것을 아버지가 나서 주인에게 돌려주도록 하여 잔잔한 감동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께 이제 갓 초등학교 6학년이 될 팔마 초등학교 하승범 군은 집으로 돌아오다 금당동 한 식당 앞길에서 현금 백만 원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버지께 가지고 갔다. 타워크레인 기사로 일하는 아버지는 적잖게 돈에 대한 유혹도 없지 않았을 것이지만 올곧은 자식을 만들고자 곧장 아들과 함께 돈이 발견된 장소에서 20여 분 주인을 기다렸다. 그러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식당에 들어가 사연을 말했고 식당 주인은 조금 전 백만 원을 주고받은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에 그 돈을 식당에 맡겼다.

잠시 후 해룡 평화마을에 사는 양모 할아버지(76·해룡면)가 돈을 잃어버렸다며 식당을 찾아와 발을 동동 굴렀고 돈을 맡아 보관하던 식당 주인은 금당 지구대 경찰관과 하 군, 그리고 하 군의 아버지 확인을 받고 돈을 할아버지에게 돌려줬다. 이런 내용의 이야기가 순천시청 홈페이지에 게시되면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아직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살맛이 나는 세상이다”며 “각박한 세상의 굴레 속에서도, 하군 부자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 큰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칭송이다.

양 할아버지의 사례금마저 극구 사양한 이들 아버지와 아들은 각박한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물질 만능의 갖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사회에 자식에게 어떤 것이 올바른지를 몸소 가르친 아들과 그 아버지의 따뜻한 이야기가 지역에 ‘희망을 전파’하는 바이러스가 되는 것이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의 고사가 새삼스럽다. 부정(父情)은 과묵하지만 군더더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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