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지키는 어민 불법어로 단속선
바다 지키는 어민 불법어로 단속선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9.02.16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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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저녁 8톤급 낚싯배 한 척이 조용히 여수항을 떠났다. 이 배에는 최정채 어민 명예감시원을 비롯한 3명의 어민이 타고 있었다. 몇 시간의 항해 끝에 5일 새벽 0시 30분께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인근 해역에 이르러 불법 조업 중이던 경남선적 대형기선 저인망 심양 호(138t)를 발견하고 배에 올라 불법 어획물과 어구를 확인했다.

그런데도 심양 호는 3명의 어민을 싣고 동지나 방향으로 도주했다. 통신사는 마이크를 통해 이들을 배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자 하선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 하는 바람에 배 후미에서 공포와 추위에 떨어야 했다. 결국, 연락을 받은 완도 해경이 출동, 거문도 남서방 11마일 해상에서 여수 해경에 인계함으로써 이 소동은 막을 내렸다.

이 낚싯배는 바다를 지키려고 어민 스스로 나선 불법 어로 단속 선이었다. 3시간여의 추적 끝에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붙잡아 해경에 넘긴 것이다. 이처럼 어민들이 직접 바다를 지키려고 나선 것은 쌍끌이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을 해경, 수협 등 관계 기관에 요청했으나 무반응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불법 어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단속은커녕 수협은 불법 어획물을 버젓이 위판까지 함으로써 어민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지난 1997년에도 문어단지협회 선단이 거문도 남방에서 대형 쌍끌이를 적발하고 해경에 신고했으나 4시간이 넘도록 출동하지 않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어족자원 고갈 원인의 하나로 지목받는 대형 쌍끌이 어선은 일본 수역에서 참조기, 갈치, 고등어 등을 매년 6.500t씩 잡아왔으나 일본과의 어업협상 때 조사 대상에 포함 시키지 않아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형 기선저인망 어선이라고 하는 쌍끌이 어선은 배 두 척이 양쪽에서 길 다란 날개 그물을 쳐 같은 방향으로 끌고 가면서 배 사이에 있는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두 배가 약 600m 내외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약 2~3노트 속도로 2~3시간 동안 예망하다 양선이 접근 그물을 빨리 오므려 자루그물을 갑판으로 끌어올린다.

종선은 다음 투망을 위해 어군탐색 활동을 하고 주선은 투망준비를 한다. 어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밤낮으로 1일 약 7~8회 조업하며 1항 차 20일 내외다. 주로 강달어, 갈치, 삼치, 고등어, 참조기, 병어류 등과 새우, 꽃게, 오징어, 갑오징어들을 어획한다. 그러나 하층, 중층, 상층 등 3층 구조의 촘촘한 그물을 이용 산란기의 멸치는 물론 삼치, 고등어 새끼까지 마구 잡아 어족자원을 고갈시켜 쌍끌이가 아닌 “싹쓸이” 어선이라는 지칭도 받는다.

어민들은 “대형 쌍끌이 어선이 조업 구역을 침범하여 홍도와 가거도, 제주도, 거문도 안쪽에서 조업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관계당국의 더욱 강력한 단속을 요구해 왔으나 이가 지켜지지 않자 소형선박 등을 이용해 거문도, 백도 등 연안해역의 감시를 강화해 왔다.

여수지역 어민들은 정치망수협 등 8개 단체로 ‘여수연안 불법어업대책 공동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우리 바다 우리가 지키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한 때 소형기선 저인망 속칭 “고데구리”가 치어까지 마구잡이 하는 바람에 바다가 황폐해졌으나 정부가 단속과 전업 등의 대책으로 전부 없애는 바람에 최근 들어 다양한 어종이 잡히고 어획량이 늘어 수협 위판고가 상승하고 있는데 새로운 남획 선단이 등장, 바다 황폐를 부추기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편 대책위는 심양 호의 조업구역 위반, 그물코 위반, 선명 및 표지판 은폐, 불법 감금 및 도주 등에 대한 엄정한 재수사를 주장하고 불법 어획물 수협 위판 금지, 대형 쌍끌이 완전 소탕, 모든 선박 VMS(선박위치추적장치) 설치, 대형 쌍끌이 조업구역 경계에 어업지도선 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당국은 어민의 정책 불신을 없애고 지속적인 단속으로 어족 자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내 바다 내가 지킨다는 어민들의 의지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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