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굿과 문화박람회 여수엑스포
풍어굿과 문화박람회 여수엑스포
  • 남해안신문
  • 승인 2009.02.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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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한창진(논설위원, 전남시민연대공동대표)
“썰물에도 용왕이요, 날물에도 용왕이라. 용왕님 모셔놓고 동에는 청제용왕, 남에는 적제용왕~”

“여수는 이순신 장군님 덕택으로 나갈 적에는 빈 배로, 올 적에는 만선하야~”

이것은 여수지역에서 풍어굿을 지낼 때 소리의 한 구절이다. 올 설과 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당제가 13군데 마을에서 열린다.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고, 갈수록 사라지고 있어서 무척 안타깝다. 심지어 안도 같은 데는 당집을 헐고, 그 자리에 체육 기구를 갖다 놓기까지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1991년 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영당 풍어굿’을 들 수 있다. 어민들이 바다에서 재난을 막고 풍어를 기원하는 것으로, 정월 대보름이면 이틀에 걸쳐 열두거리 풍어굿을 하였다고 한다. 극적 연출 바탕에 종교성과 오락성을 띈 놀이굿 형태로 풍물과 노래, 춤, 놀이가 복합적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바로 한국판 전통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서울, 광주 어느 곳에서나 지금 뮤지컬 공연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라이온 킹>, <캣츠>, <레미제라블> 등을 한 공연장에서 몇 년 동안이나 계속 공연하고 있다. 영당 풍어굿과 같은 전통 해양 문화도 작품성과 콘텐츠 면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기본 계획을 보면 행사 기간 중 5,563회의 각종 문화 예술 행사가 열린다. 조직위 3,000회, 지자체 2,000회, 기업 30회, 미디어 30회, 시민단체 및 NGO 500회, 세계대회 유치 3회 등이다. 어떻게 보면 문화 박람회라고 할 수 있다.

1천만 관람객은 여수엑스포에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영당 풍어굿’과 같이 뭔가 다른 문화를 통해 오감을 만족시키고 싶어 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아닌, 여수만의 문화이다. 따라서 여수로 보면 여수 문화를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여수만의 문화일 것인가? 여수의 문화를 가장 잘 알고, 여수에서 문화 예술 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문화예술포럼’을 통해 고민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단지 아쉬운 것은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섬과 해안 마을 등에 흩어져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는 이야기와 자료를 수집하는 문화 지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주제에 따라 엮어 작품으로 만든다. 작품을 그대로 전수받을 전문가와 출연진을 양성하는 ‘전통문화아카데미’와 소품, 의상, 효과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 기관 개설, 사전 상설 공연 등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결국 여수시가 나서서 조례 제정과 예산 마련 등 종합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수엑스포 준비 원년이라고 하면서도 ‘2009년예산서’에는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문화 예술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1년이면 바뀌어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콘텐츠 개발과 집행을 위한 전문 독립 기구인 위원회 또는 ‘문화예술진흥재단’을 만들어서 준비하지 않고는 어렵다. 지금처럼 시가 개인이나 단체에게 하청을 주는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곤란하다.

이 일들은 단지 여수엑스포를 치르기 위한 일시적인 준비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 예술 서비스이고, 여수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에 심각하게 고려하고, 대폭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소한 것이 창조적인 전문가와 만나면 세계적인 대작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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