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파업 관전법
언론파업 관전법
  • 남해안신문
  • 승인 2009.01.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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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전남대문화콘텐츠학부 외래교수)
‘조·중·동 방송장악’ ‘MB악법 절대반대’ TV화면에 보이는 구호는 최악이다. 법을 고쳐 메이저신문에게 방송까지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를 MB악법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악법을 절대 막겠다고 방송스튜디오에 있어야 할 얼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아나운서 PD 기자 엔지니어까지.

그러나 끝난 것이 아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2월 국회에서 이를 여야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송법은 1988년에 제정돼 편성의 자율을 기본으로 공·민영방송의 역할과 기능이 열거돼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못지않은 자유·민주·공익을 근간으로 잘 정리돼 있다. 이 법에는 방송위원회로 하여금 방송사업자의 허가, 또는 재허가의 추천 승인 등을 하게 했다. 무엇보다도 6·29선언 이후 당시 정치상황의 연장선상에서 여야가 자유로운 토론과 합의를 거쳐 도출한 법이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러 매체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했다. 신문·잡지·라디오·TV와 같은 기존의 매체 자리를 디지털기술로 무장한 뉴미디어, 예컨대 인터넷신문·방송,DMB,IPTV,케이블방송이 차지하고 말았다. 매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융합), 휴대할 수 있고 작아지고 값싼 기기로 경제영역(결합)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컬러TV의 등장(1980)이 국면의 전환이었다면 뉴미디어의 출현(1995)은 지층의 변동이라 할 만 했다.

그런데 2009년 파격적인 법이 제안됐다. 신문의 방송겸영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여론의 다양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제안이유다.

그럼 일자리 창출을 한번 보자. 취업인력이 늘어 먹고살게 해준다는 것인데 방송 메커니즘을 몰라도 한참 모른 소리다. 제안자의 말대로 채널이 늘어난다(400개)고 방송국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기술이 여유 채널을 만들어내는 것일 뿐 방송국이 생겨서 다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서비스지역(area)이 좁은데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단일 언어권이라 현재의 3개 지상파 중심의 체제가 적당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언론학자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더 이상의 방송국이 생겨날 필요가 없으니 일자리가 생길 수 없다.

그리고 여론의 다양성은 어떨까. 조·중·동은 하루에 200만부씩 발행하고 신문시장의 55.4%를 점유한다. 이들 신문의 영향력(3.34)은 지상파TV(4.43)보다 낮고 신뢰도(3.28) 역시 지상파TV(4.25)보다 못하다(2008.6 한국방송광고공사 ‘소비자행태조사’).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의제설정(agenda-setting)기능이다.

이들 메이저는 끊임없이 국가의제를 선점하고 배타적이고 독점적이다. 무가지로 버려지는 한이 있어도 그들은 ‘그들만의 여론’을 만들고 있다. 그들의 독자는 고학력, 고소득, 3- 4- 50대 여론주도층(opinion leader)이다. 이들이 그들의 의제에 노출돼 있다.

신뢰도에 관계없이 메이저여론이 사실이고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여기서 신문이 방송을 겸영한다고 하자. 독점적 신문기사가 방송기사가 되는데 여론의 다양성이 된다고? 여론은 한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언론노조 파업을 보는 다른 시선 하나는 mbc와 kbs2를 정위(定位)에 둔다는 것. 이 부분이 어쩌면 법개정을 하려는 요체인지도 모른다. 현행법은 일반 기업이 케이블방송은 운영할 수 있으나 지상파는 할 수 없다. 그래 법을 고쳐 신문(대기업)에 지상파까지 줘서 종합편성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늘어난 민영방송은 시청률경쟁으로 오락방송이 넘쳐나고, 보도는 사장의 뜻에 따르고, 교양은 정파적인 프로그램으로 편성될 것이다. 저널리즘 최고의 덕목인 감시와 비판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대기업과 언론, 그리고 이를 허가해준 정부와의 관계는.

세계적 석학 노암 촘스키는『세상의 권력을 말하다』(1998)에서 현대사회는 정부·대기업·언론권력이란 3대 권력이 움직인다고 말한다. 언론이 권력으로 행세한 것은 오래이지만 대기업이 권력으로 부상한 것은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필연이다. 그는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정부정책에 개입하고 언론을 조종하는 등 기업이 언론과 정부와 야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법은 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놓은 법은 악법이다. 합의처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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