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석포(靑石浦)의 몰락
청석포(靑石浦)의 몰락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9.01.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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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기축년 새해에도 청석포(靑石浦)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하얀 물거품만 적막을 깨우고 구들을 떼어냈던 자리는 평평하게 흔적을 남기고 낚시꾼의 쓰레기, 철새의 쉼터로 변해버렸다. 여수시 서남방 19km에 있는 화정면 개도 청석포(靑石浦) 남서쪽 바닷가에 엔 모든 돌이 푸른 색깔로 되어있다. 청석이다. 온돌이 한창이던 때 질 좋은 청석 구들을 채취하러 왔던 사람들로 붐볐던 곳이다. 지금은 구들장이 아닌 갖가지 새로운 온돌이 보급되는 바람에 한산하다. 비록 생활환경의 변화로 청석포의 명성도 사라지기는 했지만 우리 문화의 한쪽에 흔적을 남겼던 청석이 쓸모없이 버려진 것이 안타깝다. 새삼 우리의 온돌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청석포의 명예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음이 얼고 삭풍이 매서운 추위에 손님이 찾아오면 주인은 선 듯 방안 아랫목에 앉기를 청한다. 아랫목은 아궁이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짙은 훈기가 있는 자리다. 아궁이에 장작불이라도 세게 일렁일 때는 엉덩이를 뒤척거릴 정도로 뜨겁다. 손님을 우선하는 풋풋한 인정이 넘치는 모습이다. 온돌은 한옥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면 아궁이에 걸려있는 솥 안의 물이나 음식물이 데워지거나, 조리가 되고 그 여열을 이용하여 방바닥을 데워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과학적인 한옥 시설이다.

온돌의 구조는 구들장을 놓는 데부터 이루어진다. 땅바닥에 방고래를 만들고, 구들장을 얹기 위한 두둑을 세워 윗면에 진흙을 발라서 그 위에 구들장을 놓는다. 이때 아랫목에서는 낮고 주변으로 갈수록 높아지게 한다. 그리고 구들장 위에 진흙을 바른다. 구들장과는 반대로 아랫목에는 두껍게 바르고 주변으로 갈수록 얇게 발라준다. 진흙을 바른 후에는 불을 지펴 건조하고, 더욱 고운 진흙이나 황토에 짚을 섞은 것으로 재벌 바름을 하여 다시 건조하고 초 배지를 바른다. 초 배지가 마르고 나면 마지막으로 그 위에 장판지를 붙인다. 전형적인 온돌방은 이렇게 탄생한다.

이 온돌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은 수많은 사찰과 궁궐이다. 경복궁은 현존하는 최대의 온돌보고이다. 지금은 연탄온돌·온수온돌·스팀온돌·전기온돌 등 다양하고 새로운 온돌이 보급되고 있고 터키, 중국 등 세계시장을 향한 활동이 활발하다.

구들장의 종류 가운데 가장 상품(上品)으로 취급되던 것은 논산, 삼척, 태백 등지의 운모석이다. 백운모, 흑운모는 보는 것만으로도 화려하고 아름답다. 반짝이는 금빛, 은빛으로 겹겹이 붙어 있고 그 사이 열을 축적한다. 그 외 편모암, 화강암, 청석 등이 많이 쓰인다. 청석(bluestone)은 치밀하고 단단하며 입자가 미세한 암석으로, 일반적으로 장석사암 또는 실트암이라고 한다.

화정면 개도는 여수에서 가까운 섬이다. 2012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는 고흥∼여수 간 연도교 가설지역이다. 11개의 다리는 각기 모양과 공법을 달리해 다리박물관을 만들게 된다. 개도는 고흥과는 제도를 통해 연결되고 월호도, 화태도를 거쳐 돌산과도 연결된다. 접근성이 쉬어지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많을 것이다. 이 섬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구절초와 청석을 이용, 향토의 특색 사업으로 소득원 개발을 시도해볼 만하다. 구절초는 일명 익모초로 진통 소염, 정혈, 만성기침, 정신적 안정과 두통 탈모 예방에 좋고 호르몬 작용촉진으로 힘이 나고 젊고 정력이 넘치게 한다는 국화과 식물이다. 청석을 구들로 한옥을 만들고 구절초를 이용한 건강 쉼터를 만든다면 도시인들이 즐겨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엑스포를 계기로 섬 마을 새로운 소득원 개발에 고민해야 한다. 청석포의 영화를 되찾는 것은 섬마을의 새로운 변화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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