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어서 뭐해? 죽어가는 가로수
심어서 뭐해? 죽어가는 가로수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8.10.29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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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후배 중에 분재에 남달리 애정을 쏟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나에게 선뜻 동백 분재 한 그루를 줬다. 곁들어 기르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러나 이 분재는 서툰 주인을 만나 겨우살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또 한 그루를 얻어 키웠지만 같은 이유로 죽었다. 염치없었지만 세 번째 손을 벌렸다. 그랬더니 그 후배는 발끈 화를 내면서 “지구 위에 하나밖에 없는 분재를 영원히 사라지게 한 사람은 분재를 키울 자격이 없다”면서 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분재도 생명체인데 애정이 결핍된 사람에게 귀한 생명을 맡길 수 없다는 문책성 거절이었다. 뒤늦게야 깨달았다. 지구 위에 하나밖에 없는 생명체를 없앤 죄악이 무엇인가를.

동물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나무는 움직이지 못한다. 한자리에 서서 뿌리, 줄기, 잎으로 나누어 제각기 역할을 분담한다. 나무의 큰 뿌리는 자기 몸을 지탱하고 작은 뿌리는 물과 영양분을 찾아 나선다. 찾은 물과 영양소는 줄기를 통해 잎으로 보내고 잎은 햇빛과 우리에게 필요 없는 이산화탄소를 끌어들여 영양분, 단백질과 녹말을 만들어 꽃과 열매를 열게 하고 산소를 만들어 내보내면 그것으로 우리 인간은 살아간다. 그 밖에도 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물을 증산시켜 필요한 습지를 만들어 주고 목재를 제공한다. 그러나 모습은 각기 특색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나무를 잘 이용해서 새로운 명소로 만든 예도 많다. 메타세쿼이아 터널을 형성하고 있는 담양이다. 봄에는 연두 빛 새싹으로, 여름에는 녹음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겨울에는 눈꽃으로 그래서 ‘꿈의 드라이브 코스’라 불린다. 전국적으로 가로수 조성사업이 한창일 무렵 1972년에 식재되어 수령이 30년 이상 된 높이 20m에 이르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터널을 형성하고 있다. 국도 24호선 확. 포장 공사 당시 사라질 뻔했던 것을 군민의 노력으로 지켜낸 소중한 길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많은 사람이 가로수길 양쪽 가로변에 차를 세우고 잠시 걸으며 사진도 찍고 숲의 싱그러움도 맛볼 수 있다. 세발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한 폭의 동화 같다. 인기 영화 “화려한 휴가”의 첫 장면 촬영지로 더욱 알려졌다. 각종 영화와 CF의 배경지로 활용되며, 매년 가로수 길 걷기대회, 가로수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개최된다.

나무는 이처럼 우리에게 싱그러움과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수의 가로수는 모두 가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분리대의 철쭉, 산다화 등 관목류는 물론 인도의 가로수 밑 녹도에 심어진 관목류, 화단의 봉숭아, 채송화 등 초화류가 가을 가뭄에 시들어 가고 있다. 사후관리에 대한 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년 내내 물을 공급할 살수차 하나 없다. 토양 보습제나 토양개량제 등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토양 보습제는 200배의 수분을 흡수하여 겔로 변하며 뿌리가 그 속으로 들어가 수분을 흡수 성장하며 수축 팽창을 10년 동안 지속함으로써 통기성 보수력, 배수성을 좋게 한다. 토양개량제는 양질의 나무껍질 등을 장기간 발효 시킨 것으로 섬유질이 많고 유기질 함량이 풍부하여 통기성과 보비력이 뛰어나 지력을 높여주고 나무의 성장을 촉진하며 뿌리의 활착을 빠르게 하여 물 주기 걱정을 덜어준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바다 그리고 빛과 꽃이라는 여수의 캐치프레이가 무색할 만큼 그저 하늘만 쳐다보는 원시적인 모습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기르는 정성과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심으면 뭐해”라는 비난만 쌓이고 있다. 흔히 나무를 사랑하자는 말을 하지만 사랑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무 사랑이란 잘 가꾸는 것이 최선이다. 성공한 엑스포를 위해서라도 살아있는 나무가 세계인을 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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