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피멍들게한 투기 농군
농민 피멍들게한 투기 농군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8.10.2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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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땅도 쌀도 모두 빼앗겨버린 것 같은 허탈감에 온몸에서 힘이 빠진다. 그 허탈감은 드디어 분노로 변했고 황금빛 들판을 갈아엎고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퍼포먼스가 태안반도에서 펼쳐졌다. 이 퍼포먼스는 단순한 유희(遊戱)가 아닌 전체 농민의 실망과 분노를 대신한 진실(眞實)이었다. 쌀 직불금은 농민에게만 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농민이 아닌 도시인들이 그것도 국회의원, 차관을 비롯한 공무원, 투기꾼이 가로챘기 때문이다.

기존 추곡 수매제가 폐지되면서 농민들의 일정 소득을 보전하여 주기 위하여 2005년에 도입된 제도가 쌀 소득 보전 직불금제다. 실제 경작 또는 경영하는 농업인 등에게만 주도록 한 것으로 쌀 80Kg 한 가마당 목표가격을 정하고, 목표가격과 그해 해당 연도 수확기 산지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낮으면 차이의 85%를 직접 직불금 형태로 보전해 주는 것이다. 쌀 재배농가는 12월에 쌀값 등락과 관계없이 ha(3.025평)당 70만 원의 고정 직불 금을 받으며, 목표가격과 수확기 산지 쌀값 차이의 85%보다 고정형 직불금 액수가 적으면 다음해 4월까지 그 부족액만큼 변동형 직불 금을 받는다.

공부상 지목에 관계없이 1998년 1월 1일부터 2000년 12월 31일까지 논 농업(벼·연근·미나리·왕골 재배)에 이용된 농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01~’03년 평균 수확기 산지쌀값(157,981원/80㎏) + ‘03년 논 농업직불제 단가(9,080원/80㎏) + ’01~‘03년 추곡수매 직접소득효과(3,022원/80㎏)에 의해 목포가격이 170,083원/80㎏으로 고시되었고 2005년산부터 2012년산까지는 고정하며 5년 단위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2007년 수확기 시장 쌀값이 100,000원으로 하락 했을 경우 07~’12까지 목표가격은 쌀 80㎏ 가마당 170,083원임으로 ha(3.025평)당 고정형 직불금은 700,000원 (쌀 생산량 61가마 기준)이며 변동형 직불금은 48,096원으로 가마당 59,571원을 보전, 목표가격보다 약간 낮지만 가마당 159,571원의 가격이 보장되는 것이다.

순수한 농민에게만 지급하게 하려고 마을대표 확인서, 현지 확인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신청자격 유무를 확인하고 있으며, 마을대표로 하여금 농지이용 및 경작현황확인서를 통해 실 경작 여부를 확인토록 하였고,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신청 신고센터’를 농식품부 및 시·도, 농업인단체에 설치하여 연중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농민이 아닌 고급 공무원을 비롯한 농지를 타인에게 임대한 부재지주까지 직불 금을 받음으로써 농민은 물론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직불 금을 수령한 사람은 99만8천여 명에 이르고 이중 28만여 명은 경작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직업이 밝혀진 수령자 중에는 100억대의 자산가인 한나라당 국회의원 3명을 포함하여 차관 등 공무원이 3만 9천여 명, 금융계 종사자 8천4백여 명, 언론계 종사자 463명, 전문직 종사자 2천1백여 명, 회사원 9만9천여 명, 임대업 종사자 52 명, 기타 1만 6천2백여 명 등으로 조사됐다. 지식, 권력, 부 이 모든 것을 움켜쥔 이들이 피폐한 농촌을 살리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농민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벼룩이 간을 내어 먹는 몰염치를 보고 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국민이 있겠는가.

성난 농심이 온 누리를 덮고 있는데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여. 야는 근본적 해결에 몰두해야 하거늘 정략적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 없다. 허술한 제도를 시행한 정권이나 그 허술한 제도를 알면서 개선노력은 하지 않고 도리어 직불 금을 수령하고도 남의 탓만 하는 정치인들이니 농사 천하지 대본(農事 天下之 大本)이라는 말이나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긴 성난 농심을 보고 선동하는 배후 세력에 의한 조작으로 규정하는 어이없는 발언을 내뱉는 국회의원마저 있으니 분노의 농심은 더욱 충천(衝天)할 수밖에 없다. 오래된 코미디 한 토막 “지구를 떠나거라.”다. 얌체 농군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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