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에 대한 단상
기러기 아빠에 대한 단상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8.10.06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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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이 세상보기]

가을이다. 벌써 기러기가 김포평야에 나타났다. 한강변에도 기러기 떼가 강변 갈대숲에서 꽥꽥 소리를 내고 있다 한다. 그런 때문인지 문득 해마다 늘어나기만 하는 기러기 아빠가 생각난다. 기러기 아빠란 자녀의 외국 유학 때문에 아내와 자녀와 떨어져 사는 사람이다. 홀로 남아 유학비, 생활비 등을 벌어 보내는 아빠들을 말한다. 그 가운데 가족과 함께 날아가고 싶어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온 가족이 함께 가지 못하는 사람을 펭귄 아빠라고 한다.

기러기 아빠는 영어 교육이 강조되면서 해마다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들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영어는 외국어다. 필요한 사람만 배우면 된다. 그렇지만 영어 몰입 교육 파동 이후에도 영어 교육에 대한 교육정책의 기조가 변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다 보니 날이 갈수록 기러기 아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학원가는 영어 교육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아울러 조기 유학 추이도 점점 높아 질 수밖에 없어서 기러기 아빠로 말미암은 사회적 문제도 다양하게 표출될 것이 뻔하다. 한국에서 홀로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들이 늘어나면서 바뀐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기러기 아빠가 사회적인 한 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조기유학 풍토가 과연 적합한 것인지는 여러 가지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조기 유학 풍토에 대해서 미국에서 40여 년간 생활하면서 한국의 간첩혐의로 옥살이까지 했던 로버트 김은 주변의 후원자에게 보낸 이메일 편지에서 조국의 역사와 나라말을 채 배우지 않고 외국 유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이들을 하나님의 생명의 법칙에 맞게 키워야 한다. 어떤 아이라 해도 모두 나름대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마다 잠재적 가능성이 다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도 있고, 음악을 잘하는 아이도 있다. 하나님은 모든 아이들에게 서로 다른 무한한 가능성을 심어 놓으셨다. 현명한 부모는 공부에다 줄을 세우지 않는다. 자녀가 가진 잠재력을 발달시켜 행복한 아이로 만들라.」고 충고하고 있다.

또 미국의 기러기 엄마들을 보면서 「아빠는 한국에 있는데 엄마와 아이만 이곳에 살면서 아빠의 영향 없이 자라고 있는데 이들이 어떤 아이가 될까 걱정이 될 때가 있고 또 살아있는 남편이나 아내가 서로 떨어져 살면 과연 어떤 가정이 될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한 지붕 아래에서 살면서 그들의 소질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들의 장래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신은 현명한 부모입니까? 라고 되묻고 있다.

자식들이 커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부모의 바람일진대 부모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들의 소질과 잠재력을 빨리 발견하고 소질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설정해 주고 그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태도로 자라게 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부모의 교육이 산(生)교육이라면서 조기 유학 열풍을 경계하고 있다. 영어를 요구하는 사람에게 영어를 배우게 해야 바람직하다는 영어권 사람의 얘기를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심각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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