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조용한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준비 원년’
‘너무 조용한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준비 원년’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08.3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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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논설위원, 여수YMCA사무총장>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 작년 11월, 그리고 해를 바꿔 맞으며 이제는 차분해지자, 냉철해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퍼졌다. 그 때문이었을까, 박람회 성공개최준비 원년으로 삼은 올해가 벌써 3분의2가 흘러가고 있는데 차분과 냉철한 분위기를 넘어 썰렁하기까지 하다.

일각에서는 박람회라는 기대와 희망이 거품으로 끝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 우려의 근거를 들춰보면 박람회 유치전과 유치후가 확 달라진 정부의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애초 박람회 유치의 근본적 취지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남해안시대의 국가전략 포석이었다.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해양시대에 거점 선점이었고, 때마침 부각된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는 모색의 장으로 삼겠다고 약속하여 BIE회원국들의 표심을 잡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의 목표와 성격은 당연히 국가적인 사이즈의 것이어서 유치뿐만 아니라 개최준비의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래 관련예산을 전남도와 여수시도 일정부분 분담해야한다는 논리를 흘리는가하면, 주요시설 대부분을 민간자본 유치에 기대겠다는 계획을 밝혀 듣는 이들을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는 박람회 개최권 따다줬으니 이제 지방에서 기업과 알아서 적당히 치러보라는 무책임함이 묻어있다. 또는 들어가는 돈만 따질 뿐 그 성과나 사후유지에 주판알만 튕기는 무력감도 엿보인다. 이러니 이를 바라보는 여수지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우려는 조직위원회에게서도 느껴진다. 조직위원회는 목하 기본계획,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애초 8월이면 나온다더니 9월, 10월 계속 늦춰지고 있다. 급기야 유치 1주년인 11월27일 최종확정할 예정이라니 결국 계획 세우는데 4년 중 1년을 보낼 셈이다.

물론 세계적 이벤트 계획을 세우는데 신중히 하다보면 1년도 짧을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 내용이다. 국내와 국외를 망라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고 있다니 자못 기대가 되기는 하지만 왜 국민들의 의견이나 아이디어 수집은 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아이디어입네 하는 자질구레한 민초들의 목소리는 성가시기만 할뿐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여겼을까.

21세기형 박람회는 시민 참여형, 인본가치 중시 흐름으로 가고 있다. 기발한 기계나 발명품은 이제 인터넷으로 보면 되고, 며칠 있으면 내가 사는 곳까지 당도하니 멀리 비행기 타고 가서 볼 것도 없다. 사람 사는 다양한 모습과 숨결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함께 느끼고 머리를 맞대며 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세계박람회인 것이다. 일본 아이치박람회가 그랬고 사회주의 국가라 그동안에도 없었던 NGO를 만드느라 부산을 떠는 중국 상해박람회도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발달해있는 우리나라에서 박람회에 대한 시민공모제, 아이디어토론 등을 흉내조차도 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조직위원회가,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는 그 마스터플랜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만 할뿐이다.

생각하기조차도 끔찍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터무니없이 작은 예산과 콘텐츠 틀을 짜 맞추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라면, 그래놓고 11월에 이제 시간이 없으니 시비 걸 생각 말고 이 정도 기본계획으로 만족하자며 내놓을 양이라면, 지금 걷어치우는 것이 좋다. 천박한 졸속 박람회를 내놓았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는데 여수가 그 멍에를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수시를 비롯한 지역사회도 처분만 바라고 조용히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자세를 벗어나 성공적인 박람회를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이와 다른 방향으로 박람회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개최지 주민으로서의 책임감과 참여의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우선 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여수의 생생한 숨결이 들어가 있는지 그것부터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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