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비 인상은 과유불급(過猶不及)
의정 비 인상은 과유불급(過猶不及)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8.08.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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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을 강조한다. 지방자치 단체의 의정 비 파장을 보면서 되새기고 싶은 말이다. 전국의 대다수 지방 자치단체 의회는 생산적 정치는 멀리하고 정파 다툼이나 이권 청탁, 관광성 국외시찰, 정. 부의장과 분과위원장 선출에 금전거래가 폭로되는 등 타락의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개선 노력은커녕 유권자나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다투어 의정 비 인상을 서둘러 왔다.

급기야 행정안전부가 의정비 상한제라는 칼을 빼어 들었다. 전국 자치단체를 특별·광역시·도, 인구 50만 명 이상 시, 50만 명 미만 시, 도·농 복합 시, 군, 자치구 등 6개 유형별로 나눠 각 자치단체의 재정능력과 의원 1인당 주민 수 등을 반영, 전국 지방의회 월정수당 지급 기준액을 산출하고 시행토록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전국 246개 지방의회 가운데 무려 198개가 올해 의정비 책정 안이 내년도 기준액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내년도 기준액보다 올해 의정 비가 적은 지방의회는 48개로 20%에 불과했다.

서울 구의회는 기준액을 평균 1,614만 원이나 초과했다. 강남구의회는 올해 의정 비가 4,236만 원인데 비해 기준액은 5,178만 원으로 유일하게 책정액이 기준액보다 적었다. 광역시·도 가운데는 경기도가 올해 7,252만 원을 책정해 내년도 기준액 5,327만 원에 비해 1,925만 원이 많았다. 서울시의회도 올해 6,804만 원을 의정 비로 책정했으나 내년도 기준액은 5,371만 원으로 1,433만 원이나 초과했고, 부산시의회 역시 913만 원이나 많은 것으로 산출됐다. 반면 광주시는 올해 의정 비가 4,231만 원으로 내년도 기준액 4,967만 원 보다 오히려 736만 원 적었으며, 충남도, 제주도, 충북도 등 4개 광역의회도 의정 비가 기준액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시의원들의 의정비 기준액은 현재 연 3,900만 원보다 659만 원이 적은 3,241만 원이다. 여수시의회는 지난해 12월 당시 행자부가 전국 44개 기초자치단체의 의정비 인하를 권고하자, 12월 7일 간담회를 열고 당초 확정된 4,100만 원의 의정 비를 전국 평균액인 3,900만 원으로 200만 원 인하를 결의했지만 결국 다시 인하해야 하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전남 동부권에서는 광양시 949만 원, 순천시 728만 원이 기준액보다 초과 된 것으로 나타나 다소 위안이 된다.

행안부는 자치단체별 의정비 심의회가 이번 제시한 기준액의 ±10% 안의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의정 비를 결정하도록 했다. 여기에 의정비 결정과정에 내년부터는 공무원 보수인상률을 가이드라인에 추가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예고해 의정비 삭감 폭은 애초 제시한 기준액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의정비 심의의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행안부는 의정비 결정과정에서 △주민의견수렴 방법 개선과 결과반영 의무화 △의정비 심의위원 구성과 자격강화를 통해 주민대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의정비 심의위원 명단과 회의록 공개 △의정비 심의위원 임기제 등을 도입하는 등 의정비 결정방법과 절차를 강화하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를 비롯하여 일부 의회가 의정 비를 제한하는 것은 자치 제도에 어긋나는 것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 전국의 각 지방의회 가운데 의정비를 인상했던 의회는 머쓱하게 됐다. 머쓱하다는 말은 무안을 당하거나 흥이 깨어져 어색하고 열쩍다는 뜻으로 의정 비를 인상한지 몇 달 되지 않아 다시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수시의회도 머쓱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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