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울린 여수의 사랑
필리핀서 울린 여수의 사랑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8.08.1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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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사랑회 두번째 사랑이야기-1
▲ 지구촌 사랑회의 의료봉사활동이 이번에는 필리핀 세부시로 향했다. 세부시는 아이들의 환한 얼굴로 이들을 맞았다.
여수의 사랑, 아시아로!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 국제봉사단은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필리핀 세부에 사랑을 심고 왔다. 교류협력단(단장 정해균부시장) 7명, 의료봉사단(단장 강병석 제일병원원장) 11명, 구호지원단 6명(실무위원, 언론인, 전산) 6명 등 일행 26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무더위를 무릅쓰고 여수시와 자매도시인 필리핀 세부시 현지에서 의료봉사와 전산실 설치, 자매결연 도시 공식 행사를 위해 5박 6일의 여행길에 나선 것이다.

주말인 인천 국제공항은 국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태극 마크와 2012 여수엑스포 마크가 새겨진 연두색 조끼를 입고 26일 저녁 9시 5분 대한항공 KE631편에 올라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했다.

27일 새벽 12시40분(현지시각) 세부공항에 도착 시내 중심가에 있는 “워터프론트” 호텔에 여장을 푼 일행은 잠깐 눈을 부치고 아침 7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10시 호텔에서 약 40분 거리, “산때느뇨” 수호천사의 조각이 서 있는 옆 건물 신 택지개발지구 분양사무소에 보관중인 약품을 찾으러 나섰다.

2층 사무실에 보관 중인 약품은 모두 39박스, A팀은 검은색으로 B팀은 붉은색으로 쓰인 BOX는 진료 과목별로 분류되어 있고 이 중에는 무료한 환자들을 달래줄 막대 사탕도 포함돼있다. 의료진에는 산부인과 1명, 내과 2명, 치과 2명, 소아과 2명, 성형외과 1명, 신경외과 1명, 이비인후과 1명, 비뇨기과 1명 등 11명, 2개 팀으로 나누어 진료를 할 계획이다.

약품 도착 여부를 확인한 일행은 진료 장소인 세부시 “바랑가이 말발랑” 체육관을 찾았다. 400여 평 가량의 체육관은 의료진이 내일 진료할 장소다. 시부의 봉사 프로그램 “리니따”팀과 보건소장을 만나 진료 프로그램을 상의했다. 이곳에서 만 2일간을 진료하고 약품은 내일 아침 진료 직전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일행은 다시 호텔로 향했다. 내일 진료를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저녁 사부 상공회의소 “레네” 회장의 만찬 초대 준비를 위해서다.

세부 “아그선 갓” “하일란트마운틴” 해발 450m 정상에 있는 “레네” 회장의 별장은 세부 시내가 눈 아래로 보인다. 도시의 야경이 참으로 아름답게 펼쳐있다. 부인 “누셀”과 아들이 함께 우리를 맞는다. 시내에서 약 17km, 3대의 차량에 나누어 탄 일행은 약 1시간가량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결국, 별장을 눈앞에 두고 차 한 대가 엔진 열을 견디지 못하고 서버렸다.

양고기, 돼지고기, 각종 해물요리를 비롯하여 와인, 위스키, 맥주 한국 소주도 있다. 특히 “리취”라는 어린 돼지 통구이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레네머카도” 회장은 앞치마를 두르고 손수 요리를 해 대접하기도 했다.

▲ 강병석 원장을 비롯한 지구촌사랑회 봉사단원들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활동했다.
세부의 유명한 클래식 가수 “아뗀서 잉그라샤”가 오페라 한 대목을 노래하고 “기가”의 색소폰 연주와 20여 분간 화려한 폭죽이 여름밤을 수놓으면서 파티는 절정에 이르렀다. 폭죽은 귀한 손님에게 최상의 대접을 하는 것으로 행운을 비는 의미가 있다.

이곳에 60여만 평의 농장을 가진 “레네” 회장이 우리를 이토록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접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지한파로 7년 전 여수시와 세부시간의 자매결연을 주선하는데 앞장섰고 여수를 방문했던 경험과 지구촌 사랑 나눔 봉사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또한, 마닐라에서 우리를 지원하고자 찾아온 박희옥 회장(재필리핀 실업인)과의 짙은 우정의 과시이기도 했다.

28일 오늘은 진료가 시작되는 날이다. 아침 8시 30분 일행은 말발랑 체육관에 도착했다. 여수 지구촌 사람 나눔회 세부 의료 봉사단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우리를 반긴다. 입구 도로에는 이동 치과 진료용 차량이 서 있고 환자들이 길게 늘어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약품 상자도 모두 도착해 있다.

체육관 무대에는 책상을 이어 약국을 설치하고 진료과목별 약품을 찾기 쉬운 순서대로 진열했다. 바닥에는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신경외과 순으로 배치하고 입구에 있는 보건소에 산부인과 2층에는 한방을 치과는 이동 치과 차량에서 진료를 하도록 했다. 환자의 진료 접수는 세부 보건소 직원이 맡고 차드가 작성된 환자는 세부 간호대학 4학년생들의 혈당과 혈압 측정을 한 후 진료 과목을 찾아가도록 안내했다.

10시 30분 드디어 진료가 시작됐다. 실내는 수백 명이 북새통을 이루고 대형 선풍기 3대가 줄기차게 돌아가지만 찜통더위다. 약국에는 담당 서현기씨와 전산 허화영, 정상찬, 교민회 통역 자원봉사자 4명 등 10여 명이 배치되어있지만 진료가 끝나 약을 타려 몰려드는 환자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필리핀은 3개 공통어가 있다.

영어권이면서도 마닐라는 “따갈로” 세부는 “시부아노”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역을 통해 약국에서는 지은 약의 복용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약을 받은 환자가 마지막으로 거쳐야 할 코스가 있다. 여수 엑스포 상징 문구가 새겨진 비닐봉지에 바셀린, 구충제, 반창고 등 가정상비약과 막대 사탕 서너 개를 담아 건네는 곳이다.

▲ 복부초음파촬영기, 세부시 빈민가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단 한번도 의사와 면담을 하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봉지를 받은 사람들의 손길이 막대 사탕으로 간다. 같이 온 어린이와 막대 사탕을 나누어 먹으면서 감사한 표정을 눈길에 담고 행복해 하는 모습이 천진하고 아름답다. 실무위원 장영씨와 세부 보건소 여직원 두 명이 천사표 봉사를 했다.

한방 진료실에는 한국의 침술을 익히 알고 찾아오는 환자로 붐볐다. 실무위원 이상훈씨가 세부 간호대학 생의 협조를 받아 접수를 하고 한의사 오광록, 한정우씨는 진맥을 하고 약과 침술치료를 병행한다. 한방 치료에 익숙한 모습의 환자들이 이채롭다.

산부인과 강병석 원장은 C.T (컴퓨터단층촬영기)를 가져와 임산부들로부터 인기를 누렸다. 가난 때문에 병원을 찾아보지도 의사와 만나보지도 못한다는 임산부들이 화면을 통해 태아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고 산모의 건강까지 체크 해주면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데 대한 축하의 말을 건네기 때문이다. 치과 오창주 원장과 신행리 간호사는 치과 진료용 의자까지 챙겨왔으나 세부 보건소의 치과 이동차량을 지원받는 바람에 한시름 놓았다. 발치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모든 진료는 오후 5시까지 계속됐고 약 2천 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의사들이 진료를 하는 동안 정해균 부시장을 비롯한 교류협력단 7명은 11시 30분경 세부시청의 “토마스 오스메냐” 시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정해균부시장은 오현섭 시장의 안부를 전하고 여수 엑스포 개최 경위를 설명하고 “ 필리핀이 BIE 회원국으로써 여수를 지지해준데 감사하다. 이에 보답고자 자매도시인 세부 시에서 의료봉사를 갖게 된 것이다.” 고 말했다.

이어 지구촌 사랑나눔회의 사업취지와 진료를 시작한 봉사단 구성과 스케줄을 소개했다. “오스메냐” 시장은 매우 고맙다는 답례와 함께 양 시간의 교류를 더욱 넓혀 가자면서 소방차 1대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 부시장은 내구연한 5년이 지난 보건행정용 버스 1대 지원을 검토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시장은 봉사단 일행 모두를 오찬과 만찬에 초청하고 격려했다.

내일은 세부 메디컬 센터에서 진료를 하기로 했다. 진료를 끝낸 의료진은 진료용 의약품을 픽업 차에 따로 싣고 와 짐을 부렸다. 강병석단장이 병원 책임자를 만나 찾아온 경위를 설명하자 병원에는 기존 의사들이 있음으로 약품만 인도하면 진료는 자기들이 하겠다는 것이다.

의료진들은 즉석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논의 결과 약품만 건네고 직접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것은 진정한 봉사의 의미가 없음으로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진료를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국외 봉사는 이처럼 가끔 변수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내려놓았던 약품을 다시 싣고 창고에 보관했다.

시 측과 절충 결과 내일 진료는 말발랑 체육관에서 오후부터 진료를 하기로 하고 중복 진료를 피하고자 타지역 환자를 시가 수송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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