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자들을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야"
"가진자들을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야"
  • 오문수 시민기자
  • 승인 2008.07.13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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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정당 상임대표 초청 연설에서
▲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 여수 초청 시국강연회 모습. ⓒ 오문수
7월 11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전남 여수청소년수련관 지하강의실에서는 50여명의 시민들과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대표의 시국 강연회가 열렸다.

그동안 촛불 집회에 참여하느라 여수에 오지 못했다는 그는, “역대 대통령 중 이명박 대통령만큼 국민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대통령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각오해라 방학이 가까워온다’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한 초등학생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다음은 노회찬 상임대표의 강연요지다.

17대 대선과 18대 총선 결과 진보정당들의 참패로 귀결됐다. 이로 인해 당분간 현실정치의 정치지형은 수구 보수 세력이 득세하고 진보세력이 후퇴하게 됐다. 선거 결과는 수구 보수세력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유권자들의 투표행위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유권자들의 보수화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직선제로 뽑힌 5번째 대통령이지만 전직 대통령 4명과 다른 점이 있다. 4명은 당선될 때 50%에 못 미치는 득표율로 당선 됐지만 임기 시작 무렵에 60%에 이르고, 임기 초기에는 70~80%까지 지지율이 오른 후 금방 안떨어진다. 또한 정권 말기에는 30%까지 곤두박질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다르다. 580만의 큰 표차로 당선됐다. 문제는 당선 다음날부터 떨어져 취임식 초반 40%. 취임직후부터 계속 떨어져 100일째는 7~9%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신기록이다. 광우병 쇠고기 때문에 지지율이 폭락했지만 광우병 문제가 터지기 이전에 이미 40%까지 떨어졌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앞으로의 정국을 내다볼 수 있다.

민심이반의 원인은 서민이 아닌 가진자 중심의 정책에서부터

대선 6일 전에 딴지일보와 인터뷰했다. 당시 모두 “이명박후보가 당선될 텐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역대 어느 정부보다 민심이반이 빨리 이루어질 것이다”고 했는데 점쟁이처럼 맞아떨어졌다. 헌데 이처럼 빨리 떨어질 줄은 예상 못했다.

이 같은 예상은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경제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흠이 좀 있더라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지지했기 때문에 당선됐다.

하지만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때 경제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성장, 3천억불 수출 등 경제지표는 괜찮았는데 서민경제가 문제였다. 택시타면 기사가 “IMF만큼이나 힘들다”고 하고 시장상인들은 “죽겠다”고 불평이었다.

유엔에서 말하는 백만장자는 부동산을 빼고 10억 이상을 가진 자를 백만장자라 한다. 우리나라의 백만장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세계 4위다. 통계를 보면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더 커진다.

사회양극화 격차가 더 벌어진 시기는 IMF이후

타이타닉 사고가 나 사람들이 차가운 얼음물에 빠져 죽어갈 때 구명정이 다가왔다. 구명정에 태우는 순서는 약자부터였다. 그런데 IMF 때 약자부터 구한 게 아니고 재벌기업과 대기업부터 구했다.

이들에게 수조 원씩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살려놨고 중소기업과 힘없는 사람만 고통을 당했다. 또한 IMF때 대기업 위주로 법을 고쳐 놨다. 대표적인 것이 정리해고 제도이다. 임금깎이고 복지가 줄어들었다. 대기업에서는 파견업체와 계약을 맺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자를 수 있다. 이 영향이 전국적으로 일파만파로 퍼질 것이다.

내부경쟁이 심해지고 특별히 할 게 없자 퇴직금을 받아 너도나도 장사를 시작했다. 미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7%지만 한국은 36%에 이른다. 하지만 신장개업한 사람의 70%가 1년안에 망한다. 미용사가 전국에 60만 명이다. 전국의 여자들이 2~3일에 한번씩 미용실에 가야 이들이 먹고 살 수 있다. 이들은 반찬값 학원비 밖에 못 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이 관건

헌데 정부는 강자 편에 섰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 한국은 30년 전에 중소기업이 모여 별별 거 다 수출했다. 지금은 수출이 잘 된다지만 자동차, 조선, IT 등의 대기업위주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이들은 중소기업만큼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 한다.

적게 벌어도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갖게 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싸워야 한다. 남원에 모 대형 마트가 생겨 소비자들은 좋다고 했지만 소규모 자영업자 30%가 무너졌다. 다른 대형마트가 입점 하려하자 시민들이 데모하여 막았다.

선거 전에 한 중소기업 사장이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 반대한다”고 하더니 지금은 후회한다고 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거래관행만 고쳐도 좋다. 그들은 물품대금으로 어음을 준다. 부당한 하도급 관행들도 없애야 한다.

교육·의료·주택문제

오렌지 아륀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 가난한 사람들은 서울대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 고액과외 논술 사교육비를 펑펑쓰게 만드는 게 문제다. 학벌사회와 대학서열화 체제가 한국교육의 핵심이다.

대학 교육비는 현재 미국 한국 일본 순으로 비싸다. 서울대가 년 6백만원 연세대가 천만원이다. 하지만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은 1년에 150유로(22만원)다. 오스트리아, 핀란드는 무료로 대학을 다닌다. 핀란드는 아예 입시가 없다. 서울대학교는 학문 경쟁력이 세계 100등 안에 든 적이 없지만 핀란드는 1등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철학이 문제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세계에서 중간정도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면 잘 나가는 병원은 의료보험 환자 안 받아도 얼마든지 운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이 의료비용이 늘어난다. 국민들이 이것을 알고 선거에 참여한 사람이 거의 없다.

내가 4년 전에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는데 아직도 전셋집에서 산다. 5년 동안 두 배 올랐다. 그때 돈을 빌려서 샀더라면 내 집이 됐을 텐데 지금도 마누라 볼 면목이 없다. 열심히 일해도 집값 오르는 것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게 문제다.

규제는 약자를 위한 배려

규제가 있는 것은 강자도 약자도 함께 살게 하기 위한 배려이다. 세상에 무한경쟁이 살아있는 곳은 동물의 왕국이다. 외국에서는 대형마트 입점에도 인구비례당 입점규제, 대형마트 운영 시간 규제, 콩나물 등의 품목까지도 규제하고 있다.

노동시장에도 규제가 필요하다. 대기업을 방문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를 외면한다. 정규직은 옹호하면서 비정규직은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현재 대기업 노동자들보다 훨씬 어렵다.

캐나다는 우리와 사는 것이 비슷하다. 하지만 교육 의료 등 공공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니까 훨씬 좋다. 이걸 하기 위해서 진보신당이 존재한다. 삶의 질, 고용과 복지를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


한 참석자가 질문을 했다 “오랜 동안 꾸준히 노동운동을 하는 이유는 뭡니까?”

“1972년에 대통령이 국회해산을 하고 10월 유신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와 서울대에 탱크가 진주해 있어 큰일날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교과서가 진실을 말하지는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운동권에 뛰어들었고 광주항쟁에 충격 받아 평생을 노동자로 살기위해서 전기용접 기술을 배웠다. 용접공으로 노동운동을 하면서 전혀 다른 인생 전혀 다른 철학을 얻었다. 어쩌면 구원 받았다. 이때부터 우리사회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진보신당의 미래에 대해 묻는 참석자의 질문에, “특히 부유세 도입, 무상교육, 무상의료 공약과 같은 민생의제로써 사회양극화시대에 서민정당,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으며 원내진출을 이뤄냈던 진보정당은 자주와 평등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하고 이념을 재구성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2012년 총선이 진보신당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사회양극화의 그늘에서 진보적 대안을 마련하여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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