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금인가? 여수시의회
침묵은 금인가? 여수시의회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8.06.17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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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침묵은 금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경박스러운 입담보다는 과묵한 것이 도리어 낮다는 뜻이다. 말을 함부로 하여 상대방에게 자극을 주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게 하는 경우를 억제하고자 쓰이는 말일 것이다.

침묵은 때때로 상대방을 긴장시켜 발언을 신중하게 할 수 있다. 만약 권위 있는 사람의 침묵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특히 직선적으로 단점을 지적하거나 화가 나서 함부로 내뱉는 말이 육탄전으로 번지는 경우엔 침묵은 금이 될 수 있다.

적절한 말을 해야 할 때와 말하지 않을 때를 조화시켜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 상호 간 소통이 절실한 현대사회에서는 고전(古典)처럼 되어 버린 속담이다.

민주주의 기초인 의회는 토론의 장이다.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자신의 정견을 내어놓고 토론을 통해 중의를 모아 의결, 이를 추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논의의 장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는 의회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다. 토론이 주 업무인 의회 기능에서 의원의 침묵은 곧 벙어리 의원으로 낙인찍히고 토론이 없는 의회가 되는 것이다. 결코, 침묵은 금이 될 수 없다.

여수시의회가 여수시의회 회의규칙을 개정, 의장단 선거방식을 교황 선출 식에서 일반투표방식으로 전환키로 한 것까지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의장단 후보들의 정견발표는 비공개로 진행키로 함으로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여수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5일 유우준 의원 외 6명이 발의한 ‘의장단 선거관리 규정안’에 대한 심의를 통해 5일 전 의장단 선거공고를 하고 후보자들은 3일 전에 등록을 하도록 했다. 그 가운데 의원들은 의장단 정견발표를 비공개로 하는 수정안을 10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가결한 것이다.

정견발표를 할 경우 상대 후보의 비방과 폭로로 의회의 화합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명분이다.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얼마나 떳떳하지 못하면 소견을 발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황선출방식에서 일반 선출 방식으로 바꾸고도 벙어리 의장을 뽑자는 일이고 보니 이것이 바로 밀실 선출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견발표를 듣고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벙어리 되기를 자청하는 의원들의 행태에 시민들이 어리둥절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정견(政見)은 정치적 견해나 의견을 말한다. 유권자가 의원을 선출할 때는 정견에 의해서이다. 그것도 실천 가능한 것인가. 타 후보보다 더 나은 정견인가를 구분하여 당락을 정한다. 그런데 의장을 비공개회의에서 의견발표를 하지 않고 선출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유권자의 투표방식에 의한 선출 방법을 전면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의장은 차별화된 정견이 없어도 되고 비공개회의에 의한 밀실 선출에 대하여 시민은 관심 빼라는 얘기가 아닌가. 유권자를 무시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의정 비 인상을 서둘고 의회 발언권 주지 않는다고 오랜 갈등을 빚어 시민들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자초했던 여수시의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실제로 지방자치 회의의 공개를 규정한 지방자치법 65조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라고 정하고 있다. 특히 여수시의회가 의장단선거의 정견발표 공개 여부의 자문 결과 모두가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며 어떤 회의를 비공개로 하고자 할 때에는 자치법 제65조의 규정에 의한 의결절차(2/3 이상 찬성)나 의장의 판단에 따라 비공개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치든가 아니면 회의규칙에 비공개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둘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107차 임시회에서 의결한 ‘여수시의회 회의규칙 개정안’은 법률적인 모순을 안고 있어 이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의회 내부 마찰은 필연적이다. 의원들은 매니페스토 정신을 되살려 정파에 구애받지 않고 활발한 논의가 있는 시의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상호간의 소통을 위해 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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