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촛불정국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촛불정국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06.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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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한창진(논설위원, 전남시민연대 공동대표)
이명박 대통령을 2MB라고 한다. 영문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컴퓨터 용량이 기껏 2메가 바이트, 2밀리 비트라고까지 말한다. 그것은 대통령도 시인하였듯 국민과의 소통, 민심을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신이 자랑으로 여기는 청계 광장과 시청 광장에서 촛불이 한 달 넘게 꺼지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디지털 국민에 아날로그 대통령이라 한다. 잃어버렸다고 하는 10년 동안 인터넷 가입 80%과 휴대폰 가입 4천만으로 1인 미디어 천국, 국민간의 소통 수단이 생겼다는 것까지도 잊어버렸다.

앞으로 재협상 없이 어떤 정책을 발표해도 국민은 믿으려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쇠고기 문제를 넘어선 것 같다. 불과 취임 100일마저도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남은 4년 9개월을 보낼 수 있을지가 심히 걱정된다. 임기 말이 아닌데도 권력 누수 현상, 선출한 유권자가 대통령으로 인정하려들지 않음으로써 행정력과 공권력 무력화와 같은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굴욕적이고 허술한 쇠고기 협상은 출발부터 실망시킨 독선과 오만이 끝내 터지고 만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과거 독재 정권의 산물인 지역감정에 따른 투표 때문이다. 개인적 역량과 공약을 보고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조작된 여론과 절대 지지 지역 투표 성향 때문이라는 것을 놓친 결과이다.

지역감정의 최대 피해를 본 우리 지역도 악용하는 세력 때문에 똑같이 특정 정당 위주의 투표가 이뤄졌다. 정당의 공천권이 곧 당선이므로 오직 줄서기에 급급하고, 그에 필요한 거래가 이뤄진다는 말까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민심을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인가?

‘오늘은 무슨 깜짝 이벤트 행사가 열릴까?’ ‘어떤 관변 단체와 위원회가 또 생길까?’ 시장 취임 2년 동안 시민을 동원 대상으로 여기는 1회성 전시 행정이 많은데서 나온 푸념이다. 디지털시대에는 비밀이 없으므로 결과도 중요하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순신 광장과 같은 물리적 공간 못지않게 “다음 아고라”와 같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광장이 필요하다. 무조건 용역부터 먼저 맡겨서 합리화하지 말고, 공론화하여 시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2천여 공직자가 쓰레기 줍기와 기초 질서 캠페인하는 시간에 더 많은 시민을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않아 생기는 행정 모순이 끊이지 않는다. 400억원을 들여 에너지 소모가 많은 야간 경관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를 초청해서 기후 보호 행사를 하였다. 또, 도심 한 가운데 숲을 없애고 골프장을 만들면서, 77억 5천만원의 웅천 생태 터널을 만든다. 시민과 함께 국회의원도 반대하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약속한 세계박람회 상징 타워와 종사자 숙소단지를 민자로 넘긴다고 하는데도 그러한 부지 개발을 위해 느닷없이 “도시공사”를 만든다고 한다.

지금껏 “도시공사”가 없어도 여문지구를 개발하여 여서동 청사와 공설운동장, 시민회관, 한재터널을 만들었다. 웅천 생태도시를 시가 직영 개발한 사례가 있는데도 시민 혈세 50억을 출자해서 만들겠다고 한다. 시민에게 보다 싼 가격에 택지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가, 기껏 시장이 임명하는 임직원만 먹여 살릴 수밖에 없는 “도시공사”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렇게 하는 사업마다 불신과 반발이 따르는 것은 충분한 소통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가치 철학이 문제다. 또, 그것이 가능하도록 견제를 못 하는 시의회가 있기 때문이다. 민심을 무시하는 모순된 시정과 의정이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이번 촛불 집회에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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