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린 서민층들
위기에 몰린 서민층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05.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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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고한석<논설위원>
<...소수의 독점을 배격하고 다수의 참여를 수호하는 정치체제, 그 이름을 민주주의라 부른다. (중략) 우리는 질박(質朴)함 속에 미(美)를 사랑하며, 탐닉함이 없이 지(知)를 존중한다. 우리는 부(富)를 추구하지만, 그것은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함일 뿐 어리석게도 자랑하기 위함은 아니다. 또한 일신의 가난을 인정함을 수치로 여기지 않지만, 빈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함은 깊이 부끄러워한다. 우리는 사적인 이익을 존중하지만 그것은 공적이익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

얼핏 들으면 현대 유명 정치인의 대중연설 한 대목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500년 전 그리스 민주정치체제를 태동시키고 이른바 ‘황금시대’를 열어간, 그 후 셰익스피어가 동명의 연극으로도 극화한 적이 있는 페리클레스 (Periklēs BC 490∼BC 429)의 말이다.

난데없이 웬 민주주의 타령인가. 인류가 참으로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그 소박한 이상이 아직도 요원하기만 한 작금의 현실에 가슴 답답해 떠올린 말이다. 무엇보다 경제전반에 드리워진 암울함이 더욱 우리를 짓누르기에.

하루가 다르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끝이 보이지 않고 그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갖가지 어두운 소식들에 민초들은 살아가는 게 팍팍하기만 하다. 연이어 하반기부터 전기 가스요금은 말할 것도 없고 철도 및 고속버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를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물가고에 시달리던 차 또다시 여타 물가의 동반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부터 시작해 중소 기업인들은 이미 자재 가격앙등으로 밥맛을 잃고 전전긍긍하며 이렇게 나가다간 문 닫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곳곳에서 탄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여수상공회의소가 최근 관내 8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전망조사(BSI)에서 여수 석유화학업체들도 원자재가격의 상승(66.6%)으로 경기 악화를 전망하고 있다.

새 정부출범 후 국민들이 기대했던 경제 활로 책과는 달리 쏟아놓은 정책마다 서민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괴리감만 증폭시켜 답답할 뿐이다. 그렇담 지방자치 단체는 어떤가.

전남도는 노·사·정 대표 1000여명이 최근 담양군 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관계 선진화 협약’을 체결하고 행동규범 실천을 다짐했다며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따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소식이 당장 일감이 없어 해매는 영세 상인이나 자재난에 허덕이는 어려운 처지의 자영업자에게는 처음부터 먼 고장의 얘기처럼 피부에 와 닿지를 않는다.

여수시도 작년부터 ‘소득 2만 불 시대를 여는 부강도시건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기업하기 좋은 도시건설과 서민경제안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허지만 정작 그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이 무엇이며 얼마나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었고 또 진행되고 있는지 여수시가 표방하는 ‘주민이 체감하는 복지’는 과문해서 그런지 제대로 알 길이 없고 엑스포를 앞두고 분홍빛 청사진에 매달려 온통 4대 시민운동 같은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페리클레스 말마따나 <공적이익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적인 이익이 존중돼야>하지 않는가.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레 정치지도자들에게로 쏠린다. 현학적인 얘기는 빼고 바로 물어보자. 민주정치의 본질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곤궁에 처한 대다수 서민들의 애로를 해결해주고 기회를 상실한 소외층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

국회에서, 도의회에서, 시의회에서, 지금 당장 지도자라 일컫는 정치인들은 고단한 그리고 위기에 몰린 서민층을 대변하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돌파구를 찾는데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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