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병아리 CEO
어린이날, 병아리 CEO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8.05.0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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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티 없이 맑고 바르며,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어린이 사랑 정신을 함양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제정한 기념일이다.

3·1운동 이후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고자 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해 1923년 5월 1일, 색동회를 중심으로 어린이날을 공포하고 기념행사를 치름으로써 비로소 어린이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날 여수시 거북선 공원에서는 아름다운 가게가 주최한 “어린이 벼룩시장, 병아리 떼 쫑-쫑-쫑”이 열렸다. 관내 20여 개 초등학교에서 병아리 장사꾼(?)으로 참여한 어린이 400여 명은 공원주변에 가게를 열었다.

‘준이네 가게’ ‘이쁜이 집’ ‘희망 가게’ 등 다양한 상점 이름이 내 걸린다. 갖가지 상품에는 50원에서 몇천 원까지 가격표가 달렸다. 어른들의 장터처럼 에누리는 없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하는 아이들이 많다.

어린이 벼룩시장의 어린 CEO가 탄생한 것이다. 집안에 버려져 있거나 남아돌던 학용품, 옷가지, 장난감 등 물건을 가져 나와 사고파느라 분주했다. 이날 장터에는 3,000여 명의 고객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다.

어린이 벼룩시장의 CEO 즉 가게 사장의 경험은 순환과 나눔이라는 공동체 사회의 가부 문화를 배우게 되고 경제활동과 서비스 그리고 돈의 귀중함을 느끼게 하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 사장이 되려면 물품의 확보에서부터 판매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우선 옷가지, 신발, 학용품, 장난감 등 자신이 사용했거나 집안에 있는 물건 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고른다. 이 과정에서 존재하는 물건은 모두가 쓰임새가 있다는 물건의 귀중함을 배운다. 이어 고장 난 것은 고치고 더러운 것은 깨끗하게 세탁한다. 상품은 완전해야 하고 깨끗해야 하며 서비스가 좋아야 한다는 상인 정신을 깨닫게 된다.

촘촘히 챙긴 물건을 가지고 벼룩시장에 나와 주최 측인 아름다운 가게에 등록을 한다. 기부금 봉투와 병아리를 상징하는 노란 티셔츠를 건네받고 거스름돈도 준비하여 몫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후 좌판을 벌이고 상품을 진열한다.

어린 CEO들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싸구려” 하면서 목청껏 외치는 어린이, 상품의 쓰임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하는 어린이, 손님을 부르고 그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진지하다. 상품을 꼼꼼히 살피고 물건을 사는 어린 고객. 평소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은 아이들은 횡재라도 한양 매우 흡족한 표정이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배운다.

서너 시간의 판매가 끝나자 들어온 수익금도 짭짤하다. 적게는 몇천 원, 많게는 몇만 원의 수익금을 챙겨 기부금 봉투에 넣고 금액과 이름, 소속 학교를 꼼꼼히 쓰고 기부함에 넣는다.

수익금의 50%만 기부하면 되지만 종일 번 돈 모두를 기부하는 어린이도 많다. 기부증서를 받아들었다. 기부증서에는 아름다운 어린이 기부증서 병아리 기부자 000님. 󰡒아껴쓰고 나눠쓰는 아름다운 습관으로 만들어진 기부금 0000원은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장애어린이 친구를 돕는데 소중히 사용됩니다.󰡓라고 적혀있다. 이를 받아든 어린이들은 자랑스러운 모습과 천사처럼 해맑은 미소를 피운다.

이어 본부 앞에 내걸린 “나눔과 순환을 만들어가는 마음 짱 천사님”이라는 글귀가 있는 배경 앞에서 자원봉사자가 찍어주는 즉석사진을 받는다. 자랑스러운 천사의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픈지 부모와 친구끼리 짝지어 촬영하는 모습이 더없이 정겹다.

나눔과 순환을 위한 어린이 벼룩시장 CEO 역할이 끝난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마련한 공굴리기, 초상화 그리기, 윷놀이 등 놀이마당에 뛰어들어 서너 시간의 고달픔을 달랜다.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동심이 신록의 계절을 더욱 아름답게 열어간다. 이 벼룩시장의 수익금은 장애 어린이 돕기에 사용된다. 어린이들은 남을 위해 베푸는 일이 얼마나 흐뭇한 것인가를 체험하는 뜻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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