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앞의 노익장(老益壯)
PC 앞의 노익장(老益壯)
  • 이상율 기자
  • 승인 2008.03.19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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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노인을 나이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눈 것을 삼로(三老)라 한다. 백 살의 노인을 상수(上壽)라 하고, 여든 살의 노인을 중수(中壽), 예순 살의 노인을 하수(下壽)라 하는데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각 분야에서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상수 노인들이 일반화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자신의 대통령 기념관 축하를 위해 83살의 나이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렸다. 1944년 태평양의 지치지마(아버지섬)에서 비행기가 격추돼 낙하산을 타고 비상탈출을 한 경험이 있는 그는 2004년 80살생일 때도 스카이다이빙을 해 이번이 6번째 낙하다.

영국에서는 손자를 11명이나 둔 88세의 존 로우 노인이 발레 무대에 등장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 노인은 79세 때부터 발레를 배워 9년 만에 정식으로 엘리의 랜턴 댄스극장에서 프로코피에프의 '더 스톤 플라워' 공연을 통해 발레 무대에 데뷔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씨가 24년째 마이크를 잡고 지칠 줄 모르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고 전 서울대 박희선 교수(금속공학)는 84세 때인 2003년 5월 18일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서 열린 산악 마라톤 대회에서 42.195㎞ 전 구간을 완주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비록 1등 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시간대로 꼴찌였다지만 사람들은 꼴등을 차지한 백발노인에게 더 힘찬 박수를 보냈다. 이들의 노화(老化) 시계는 멈춰버린 것인가. 정말로 놀랍다.

삼로 중 하수에 속하기는 하지만 고희(古稀)를 눈앞에 둔 노인이 10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 끝에 관련 자격증을 23종이나 얻고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여수시 고소동 에덴컴퓨터 학원 연구실장 심재완(69세)씨다.

그가 처음 컴퓨터를 시작한 것은 1998년. 시내 복지회관 노인 반에 등록했다. 자판은 독수리 타법으로 가까스로 해결했지만 이론교육이 많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시 3개월 코스를 등록 모두 6개월을 배웠지만 컴퓨터가 없다 보니 실습할 수가 없어 진도가 지지부진했다.

컴퓨터를 구입했다. 그리고 E-Mail 주소도 만들고 채팅도 하면서 제법 자리를 잡아갔다. 어느 날 채팅을 하던 중 느린 타자 솜씨가 문제가 되었다. 상대로부터 좀 배운 뒤 오라는 질책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생각을 바꾸어 컴퓨터의 모든 과목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컴퓨터와 씨름 한지 2년째 되던 해 3급 시험에 합격했고 워드프로세서 1급 시험은 5번째 만에 겨우 합격했다.

그랬던 그가 10년 세월이 흘러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웹 디자인 기능사 그래픽 기능사 자격증을 비롯하여 정보통신자격자협회에서 컴퓨터정비사, 한국생산성본부에서 한글, 파워포인트, 인터넷, 엑셀, 포토샵 ITQ 강사자격증, OA 마스터자격증 등 24종의 자격증을 얻어내고 전남대학교 평생 교육원에서 포토샵 및 PC정비사 과정을 서광직업전문학교에서 컴퓨터 전 과정을 이수했고 여수시가 주최한 PC 경진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받기도 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자신이 컴퓨터를 배운 경험을 살려 이론이 아닌 실제 실습을 통해 이해하는 실무형 컴퓨터 교과 서적을 서적을 만들어 출판을 서둘고 있다. 그야말로 대기만성이다.

그는 지금 후학들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젊은이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있다. 실용성 있는 그래픽스에 중점을 두어 가르치고 있다. 그가 이처럼 PC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컴퓨터를 모르는 젊은 늙은이보다 컴퓨터를 잘 아는 늙은 늙은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이룰 때까지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늙은이들의 귀감이다. 나이 들었다고 자신을 자폐(自斃)공간에 가두지 말고 밖으로 뛰쳐나와 PC 앞에 앉는 젊은 늙은이 노익장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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