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천사들의 합창
세밑, 천사들의 합창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02.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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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천사들의 나눔 보따리가 세밑 추위를 녹였다. 지난 1월 26일 여수 아름다운 가게 여수 둔덕점에서는 여천 NCC 서영호 차장, (주)한화 여수사랑청년회, 봉사동아리 희나리 등 20여 명의 배달 천사들이 여수 시내 어려운 이웃 70가구에 20㎏ 쌀 한 포와 떡국 가래, 김, 세제 등이 담긴 생필품 한 상자를 전달하고 위로했다.

나눔 보따리는 아름다운 가게가 해마다 추석 때와 설날이면 훈훈한 사랑을 배달하는 행사다. 배달천사들은 모두가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 천사 가운데는 자녀들에게 봉사의 참뜻을 일깨우고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세영 천사는 생후 2개월짜리 딸아이를 가게에 맡기고 배달할 정도로 열정적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가게는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가게다. 기증, 판매, 수익 나눔이 있는 합리적이며 체계적인 운영시스템이다. 손때 묻은 물건을 기증해 주는 기증천사가 있고 기증받은 물건을 수선 분류하고 판매, 전화 등 도움을 주는 활동천사가 있다. 활동 천사들이야말로 아름다운 가게의 살림꾼들이다. 물건이 모이면 사 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 물건을 사는 것도 곧 자선이다. 수익 나눔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매 천사라 부른다. 기관과 단체가 매장을 기증하거나 물품 생산 등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뷰티플 서포터로 부른다. 물품 기증 및 공동 행사에 참여하는 협력사는 뷰티플 파트너, 아파트 상가 등 지속적으로 물건을 수집하여 도움을 주는 곳은 뷰티플 스테이션이라고 칭한다.

아름다운 가게는 매장운영의 여덟 원칙이 있다. 첫째는 아름다운가게는 헌 물건을 취급하는 아름다운 백화점이다. 둘째 아름다운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은 모두 기부된 것이다. 셋째 아름다운가게는 싸고 쓸 만한 물품을 제공한다. 넷째 수익은 모두 자선과 공익을 위해 쓰인다. 다섯째 아름다운가게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다. 여섯째 아름다운가게는 환경과 생명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일곱째 아름다운가게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 여덟째 아름다운가게는 자원 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 아름다운 가게는 천사들만이 있는 곳이어서 항상 사람 냄새를 느낀다.

아름다운가게 여수 둔덕점은 2005년 3월 16일에 문을 열었다. 2007년 12월까지 이 가게에 기증한 천사들은 3454명에 이르고 뷰티플 서포터와 파트너는 여수시청, GS칼텍스, 한화석유, 여천NCC 등 51곳으로 모두 12만5142점 (1톤 트럭 100대 분량)의 물건이 기증됐다.

이처럼 기증된 물건을 사간 구매 천사는 3만3716명(야외행사제외)으로 1억이 넘는 판매액을 올렸고 수익 나눔 액은 8327만4839원으로 우리 사회의 지치고 힘든 이웃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개인 175명, 단체 15곳에 골고루 나누어 자립기반을 다지도록 했다. 이런 기적의 바탕에는 연인원 2,450명의 활동천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바탕이 됐다.

아름다운 가게는 모든 생명은 존귀하고 평등하다고 믿으며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긴다. 작은 물건 하나도 하찮게 보지 않고 낡고 오래된 것이라도 다 그 나름의 쓰임새가 있다. 존재하는 것들의 제자리를 찾아주고 뚫어진 생명의 그물코를 다시 엮는 일,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일을 한다. 천사들의 합창은 아름다운 가게의 사랑하는 법을 몸소 실천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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