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갓김치를 위해
명품 갓김치를 위해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01.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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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갓김치는 전라도 지방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밑반찬 김치이다.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 매콤하면서도 특유의 향기가 식욕을 돋운다. 맵고 쌉쌀한 맛은 진한 멸치젓과 찹쌀풀이 삭여 준다.

갓김치를 담글 때는 맛과 향기가 진한, 보랏빛이 도는 것이 맛있고, 쪽파를 섞어 담글 수 있다. 담근 지 한 달이면 알맞게 먹을 수 있으며 웃소금을 넉넉히 뿌려 두면 봄이나 여름까지도 저장할 수 있다.

일반 채소김치가 젖산발효로 금방 시어지는데 비해 갓김치는 쉽게 익지도 않지만 익어도 신맛이 덜하고 갓 향이 오래 남아있다. 갓김치는 칼슘이 발효에 의해 생긴 젖산과 결합해서 젖산 칼슘이 되어 흡수가 촉진된다. 칼슘과 인이 결합해서 뼈나 치아의 주성분이 되며 사람의 골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작용을 한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 결막염이나 감기에도 잘 걸리고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지며 피부도 거칠어진다. 갓에는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카로틴과 B1, B2 와 C의 함량이 높은데, 비타민 B1과 B2는 발효과정에서 약 2배로 증가하며 비타민C도 상당량 증가되기 문에 갓 김치는 비타민의 좋은 공급원이 된다.

이외에도 갓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은 미생물이 생산하는 여러 가지 소화효소가 많아 소화를 돕는 작용이 있으나, 소금농도가 짙으면 고혈압환자에게는 해로워서 싱겁게 담아 보존기간을 짧게 해야 한다.

부재료로 첨가된 고춧가루와 파는 비타민 A와 C를 많이 함유하고 있고, 마늘은 살균력이 강한 자극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갓 김치의 숙성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새우젓갈과 멸치젓은 채소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 아미노산과 지방질의 좋은 공급원이 되고 김치의 독특한 맛을 낸다.

갓은 약 2,000년 전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돌산 갓은 일제 강점기 우리 교민이 가져와 재배하던 것으로 점점 개량되어 지금의 돌산 갓으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사질토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갓에 비해 줄기와 잎이 크게 자라고, 섬유질이 적어 부드럽고, 매운맛이 적으며 쉽게 시어지지 않은 장점이 있어 전국적으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갓 김치에 얽힌 대통령과의 토막 이야기가 있다. 5공 시절 청와대의 모 대통령이 돌산 갓김치를 좋아했다. 당시 청와대 주방으로부터 가끔 여천군에 돌산 갓을 꺾어 보내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럴 때마다 꽤 까다로운 주문을 함께 했다. 해가 뜨기 전 밭에서 키운 건강한 것을 꺾어 보내 달라는 것이다. 이럴 때면 군수가 손수 나서 점검을 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이 소문이 조용히 관가에 퍼지면서 돌산 갓은 더욱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제 돌산 갓 김치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수 오천산단내 (주)전라도 “백서방김치”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획득했다. 돌산 갓 브랜드 세계화에 상당부분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제조원 난립으로 인한 폐해도 크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돌산 갓 김치의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제조업자들이 난립하면서 제각기 다른 맛의 갓김치가 범람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전 먹어 보았던 갓김치가 아니라는 말리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돌산 갓을 명품으로 유지하려면 시설, 제조, 판매 과정을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의 인증제도 도입 등으로 질 좋은 갓 김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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