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살아있는 2008년 여수
정치가 살아있는 2008년 여수
  • 남해안신문
  • 승인 2008.01.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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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한창진 <논설위원, 전남시민연대 공동대표>
지나치게 미지근해서 열기조차 있었는지 알 수 없었던 대선이 식은 줄도 모른 채, 정치의 계절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선관위에서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별의별 궁리를 다 한다.

그렇지만, 시민이 낸 세금으로 정치인 그들만의 잔치로 만들어버린 선거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 상징인 대의정치가 의미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시민에게 다가서서 표를 구걸하고, 진정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시민들을 배제하는 정치 형태에서 나온 결과이다. 대표적으로 여수시민 46.6%가 반대하고, 4년 가까이 시민적 논란이 되었던 도심 골프장 문제에 있어서 국회의원과 도의원은 아무런 역할이 없었으며, 시의원은 흔한 간담회조차 열지 않고, 시장 손을 들어주는 어이없는 현상까지 생겼다.

2012 세계박람회는 여수시가 개항하고, 시로 승격한지 59년 이래 최대의 경사이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기회가 자주 오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박람회를 준비하고, 개최하느냐에 따라서 여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정치력 발휘이다. 두 번의 유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서로 협력하지 못하고,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견제로 인해 마찰과 잡음이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차기에 도지사나 국회의원, 시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사조직을 만들거나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불필요한 의전 경쟁이 눈에 띄게 많았다. 세계박람회 유치가 결정된 이후 인천공항에서 특정인을 연호하거나, 곳곳에 “수고하셨습니다” 현수막을 걸어 눈살 찌푸리게 한 일, 환영행사와 보고대회에서 누구를 배제하였다는 기사 등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축구와 배구 등 구기 종목에서는 포지션에 따른 자기 역할과 상호 협력이 강조된다. 그것을 콤비 플레이라고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선출직 공직자끼리 콤비 플레이, 콤비 정치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선출해 주었을 때 도지사와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그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자기 분수에 넘은 월권행위로 곳곳에서 부딪히면 중앙정부와 여의도정치에서 “여수의 정치력”은 사라지고 만다.

이제 세계박람회를 유치했으니까 한숨을 돌려도 된다는 여유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이 가장 정치인들의 역할이 필요할 때이다. 새 정부로부터 유치할 때의 약속을 지키게 하고, 유치에만 신경을 쓰면서 지역적 조건을 소홀히 한 주변 정비에 따른 예산 확보 등에서 정치력 발휘가 절실하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도청에서, 여수시에서 각각의 노력으로 물샐 틈 없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 세계박람회를 활용한 “여수변신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년 시간, 길지 않다. 개최 준비 원년인 2008년에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큰 그림을 잘 그려야 “2012희망여수호”는 힘차게 나갈 수 있다.

당장 여수의 정치인들이 수시로 만나 그들만의 정치가 아닌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위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치인의 자존심보다 시민의 자존심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혼자서 공을 독차지하려 하지 말고, 선의의 페어플레이, 콤비정치를 기대한다. 정파와 개인을 뛰어넘은 통 큰 정치를 살려내어, 지역 출신 도지사와 장관, 당대표, 대통령 후보 등, 큰 정치인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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