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기름유출. 同病相憐 여수
서해안 기름유출. 同病相憐 여수
  • 남해안신문
  • 승인 2007.12.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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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율의 세상보기]
지난 7일 오전 7시15분께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 정박 중이던 홍콩선적 14만 6천t급 유조선 `헤베이 스프리트'에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1만1천800t급 부선이 충돌하면서 1만 810t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됐다.

이 사고로 유출된 원유는 국내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였던 1995년 '시프린스호 사고' 당시 원유와 연료유 5천35t이 유출됐던 것과 비교하면 2배나 되는 규모다. 유출된 기름은 태안반도 일대를 뒤덮고 생태계를 파괴 시켰다. 그러나 이 사고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위기에 처할 때 마다 모두가 하나 되는 저력 을 보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민간 차원의 구호·방제 대책반을 자청하고 나섰다. 회원들은 기름을 퍼내는 일과 함께 현장 기록 조사와 함께 야생동물 구조 활동도 펼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구호의 온정을 보내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10억 원을 긴급 지원하고, 자원봉사자 1,500명을 투입했다. 강원도도 흡착포 300박스, 흡착롤 60롤, 이중 마대 4000매를 태안으로 보내는 등 전국의 지자체들도 자원봉사자와 지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연인원 30만 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하여 복구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수는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바 있다. 최악의 기름유출로 시름에 잠겨있는 충남 태안군 돕기에 남다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고 직후 여수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연대회의 여성단체협의회 (사)그린훼밀리운동연합 여수시지부 회원들이 자원봉사에 나서는가 하면 지난 20일에는 오현섭 여수시장을 비롯한 시청 직원 80여 명이 기름유출 피해현장인 충남 태안군을 찾아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손수 방제작업을 했으며 여수시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모은 성금 900여만 원을 전달했다.

특히 시프린스호 사고 때 어민피해 청구방법 등 절차를 비롯해 방제작업 자료, 환경피해와 해양환경 영향 조사 방법 등 많은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자 여수시청 어업생산과 어장보전 이승욱 담당과 박종길 화정면 적금어촌계장이 파견돼 불철주야 이들을 돕고 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시프린스호 사고는 95년 7월23일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 에서 14만 5천t급 유조선 시프린스호가 운항 중 암초에 좌초되면서 원유와 연료유 5천35㎘를 유출한 사고로 여수 소리도 에서 포항까지 230km, 부산 해역 해안 73km가 기름에 오염돼 어장과 양식장 피해가 736억 원에 달했으며 기름 회수 작업도 224억 원이 투입된 가운데 다섯 달 가까이나 걸렸다.

시프린스호 사건 당시 피해 지역 주민들은 배상금 735억을 청구 했으나 IOPC 등의 심사를 거쳐 지급받은 배상금은 232억 원이 깎인 503억 원이었다. 어민들이 관련 자료를 잘 챙겨야 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배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손해 어민들은 방제 작업과 함께 손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 자료 확보에도 신경 써야 한다. 소득세 신고 내용이나 거래영수증. 명세서 등이다. 피해 현장을 찍은 사진, 동영상도 증거 자료가 된다. 오염된 수산물을 비닐이나 유리병에 담아 수거 일자와 장소를 기록하고서 냉동 보관해 두는 것도 좋다. 횟집이나 숙박업소도 손해 사실을 입증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 기름을 제거하는 데 들어간 복구비용도 보상된다.

이제 서해가 맑아지고 있다. 죽음의 재앙을 이나마도 씻어낸 것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흘린 땀과 눈물이 만든 기적이다. 현장을 방문한 외국 방제 전문가도 이처럼 많은 자원봉사자가 이렇게 빨리 방제 성과를 올린 것이 경이롭다며 입을 모우고 있다. IMF 때 금 모우기 운동의 역동성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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