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태풍·이웃사랑
한가위·태풍·이웃사랑
  • 남해안신문
  • 승인 2007.09.1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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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고한석<논설위원>
한가위를 코앞에 두고 가을태풍 '나리'가 16일 밤 전남지역을 강타했다. 태풍이 한가위명절에 피해를 준 경우는 최근만하더라도 1986년, 1997년, 2000년, 2003년 등 모두 네 차례나 된다.

여수지방은 도로 법면(法面)이 군데군데 붕괴되는가 하면 강풍으로 가로수 500여 그루가 잘려나갔고 수확기를 앞둔 농경지인 소라면 관기 들녘 16ha가 침수된 것을 비롯해 돌산 11ha, 율촌 12ha, 화양 9ha 등 모두 65ha가 침수된 걸로 잠정 집계됐다. 선박이 전복되고 시내 곳곳의 아파트에서는 강풍으로 유리창이 깨지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전사태도 속출했다. 화정면 전체 1300여가구를 비롯해 화양면 장수리, 화양면 서촌리, 그리고 여서·문수동·미평동 등 2만여 세대가 정전 피해를 입은 걸로 드러났다.

많은 시민들이 깜깜한 방안에서 겨우 촛불을 켠 채 휘몰아친 세찬 비바람을 바라보며 불안에 떨어야 했고 시청료에 유선 방송요금까지 지불하면서도 단선으로 말미암아 재난방송도 시청하지 못한 채 암흑 속을 헤매었다.

자연재해를 피할 수는 없으나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과연 ‘나리’의 엄습에 대비해 당국의 재난대책이 철저했는지 그리고 한국전력이나 케이블방송 회사들의 대처가 부족함은 없었는지를 응구복구 작업이 끝나면 그리고 피해 집계가 완료되면 차분하게 되짚어 보아야한다. 그리고 개선해야할 점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시정토록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경치뿐만 아니라 기상여건도 특별한 천혜를 받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여수지역은 당초의 큰 걱정에 비해 피해규모가 여타지역보다 덜하다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복구 작업에 민·관이 합심해 매진할 때다.

이제 일주일 후면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다. 즐겁고 기쁜 마음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라 한다.

비록 풍족하지는 못해도 전통적으로 넉넉한 인심과 후한 인정으로 정평이 나있는 여수 시민들은 기쁜 명절을 기쁘게 맞지 못하는 이웃들을 결코 좌시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뜻있는 사회단체들과 기업체들이 벌써 발 벗고 나서서 불우이웃돕기에 앞장선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제아무리 태풍이 닥쳐도 그리고 끝 가는 줄 모르는 불경기라고 해도 그래서 우리는 우울할 수만 없다.

또 때맞춰 25명으로 구성된 ‘여수지구촌 사랑나눔회 봉사단’이 오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주민들을 방문해 소아마비 백신 앰뷸런스 등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지원하고 그곳 어린이들에게 푸짐한 선물도 전달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다.

많은 기업체들의 성금과 참여로 이루어진 이 같은 뜻 깊은 이웃 사랑은 그 목적이 엑스포 유치 일환이라고는 하나 참으로 숭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태풍이 지나간 가을하늘이 푸르고 높기만 하다. 이웃과 함께 어려움과 정을 나눌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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