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도 '쌍둥이네 흙집'
“사람은 집을 닮고 집은 사람의 마음을 닮습니다!” 집은 사람이 들어가 그냥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집은 삶의 터전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를 만나고부터 집이 삶의 터전 그 이상인, 그 속에 사는 사람의 철학이 담긴 곳임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8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속전에 둥지를 튼 ‘쌍둥이네 흙집’을 찾았습니다. 이 흙집은 방문 길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몇 차례 묻고서야 접어들 수 있었습니다. 힘의 원천으로서의 터여서 그랬을까, 싶기도 합니다.
싸리문과 장승이 세워진 입구 건너로는 닭집, 그 위 지붕에는 큼지막한 박이 따사로운 햇살에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봉숭아, 맨드라미, 해바라기가 꽃을 피워 방문객을 추억의 동심의 세계로 이끌고 있습니다.
소박하고 절제된 고향의 멋을 간직한 곳
무제(無題)
백종길
따뜻한 봄햇살이 부끄러워 담쟁이로
살짝 감춘 예쁜 돌담 아래로
민들레와 제비꽃이 마실을 나왔습니다
이백년이 넘은 팽나무 그늘 아래로
용머리를 틀어올린 소담한 장독대는
여름 한낮 잠자리가 가장 탐을 내지요
툇마루에 누워 쪽빛 하늘을 보노라면
울밑에 귀뚜라미는 어느덧 가을을 재촉하고…
아궁이 앞에 둘러앉아 구워내는 군고구마의
겨울추억은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리운
고향풍경입니다…
주인장 마음속의 시(詩)처럼 돌로 쌓은 굴뚝과 아름드리 감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살려 지붕을 만든 모습에서 그의 정성과 자연에 대한 인식을 느끼게 합니다.
호박과 장독대, 쟁기, 검정고무신, 지게, 종, 옥수수, 멍석, 떡방아, 저울, 독, 소쿠리, 가마솥과 옛 아궁이 등이 과거의 정취를 자아냅니다. 소박하고 절제된 멋스러움에 ‘야~’ 소리가 절로 납니다.
흙냄새ㆍ나무향이 그윽한 구들방에서 그리운 고향풍경 새기길
내부를 둘러봅니다. 아담한 방에는 전등을 씌운 것까지 옛 정취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방에 딸린 세면장엔 타일 대신 깨진 독 조각을 붙였습니다. 소담스럽다는 말밖에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누우면 천장으로 하늘이 내비쳐 자연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든 방도 있고, 2층 베란다를 통해 주위 전망 구경이 가능하도록 꾸몄습니다. 방 하나하나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공동 주방에는 주인이 은근슬쩍 간섭하며 고구마와 옥수수 등을 나눌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와서 며칠 밤 머물고픈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하여, 홈페이지 첫 화면에 아무나 넣을 수 없는 하모니카 음율과 “사람은 집을 닮고 집은 사람의 마음을 닮습니다”란 글귀를 넣어 “흙냄새와 나무향이 그윽한 구들방 안에서 기억 속에 아련한 그리운 고향풍경을 새기길” 바란 것이겠지요.
마침 목포에서 인터넷을 통해 이곳에 온 젊은이들은 “우리 집에, 시골 할머니 집에 온 느낌이며, 평상시에 맛볼 수 없는 여유로운 느낌이어서 흙을 만나 살아있는 맛이다”고 말합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꼭 들러 편안한 휴식의 맛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굴뚝 갔습니다. 이런 이쁜 집을 가꾼 주인장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저작권자 © 남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