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주제, 숨 쉬는 박람회’
‘살아있는 주제, 숨 쉬는 박람회’
  • 남해안신문
  • 승인 2007.09.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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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논설위원, 여수YMCA사무총장>
2012여수세계박람회 주제가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것은 웬만한 아이들도 다 안다. 그런데 이 주제로 박람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 하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답하지 못한다. 물론 유치결정이 안된 상태에서 설계도가 나오지 않았고 그러니 홍보도 없어서 알 리가 없다.

하지만 주제는 구체적인 그림이 아닌 철학이요 정신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박람회를 개최하겠다는 현지 주민들로서 주제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진다. 박람회에 대한 열정은 드높은데 왜 바다를 주제로 해서 여수에서 세계박람회를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답을 제대로 못한 것이 실패원인의 하나였다는 2010평가보고가 새삼 떠오른다.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함께 세계3대 이벤트이면서도 세계박람회는 그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아 홍보가 까다롭고 인식의 일치를 이루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개 하는 표현이 ‘경제 올림픽’이다. 새로운 발명품이나 기술, 건축양식을 만국이 함께 모아놓고 문명진보를 나누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도모하는 축제라는 것이다. 이런 인상적인 축제를 치룬 개최국은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는 개발의 기회를 갖게 됨은 물론이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100년 전 세계박람회의 산물임을 상기해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박람회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20세기형이다. 21세기 들어 세계박람회는 뚜렷하게 변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주제를 통해 확연히 할 수 있다. 생태적 지구사랑(2005 일본 아이치), 물과 지속적 발전(2008 스페인 사라고사),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생태도시(2010 중국 상해) 등에서 보듯이 이제 인류의 관심은 산업화에서 지구환경이나 생태적 삶의 문명 쪽으로 전이되어가고 있다. 박람회의 주제는 이를 정확히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2012여수세계박람회의 주제를 바다로 정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여수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잘 확인되었다.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를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과 BIE 의장, 사무총장 등 박람회의 국제적 권위자들은 입을 모아 여수박람회의 주제가 시대정신을 잘 읽어낸 훌륭한 것임을 찬사했다. ‘바다와 연안이 인류에게 주는 의미와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강연과 발제에서 21세기에 인류가 주목하고 의지해야할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 바로 바다임을 증거 하였다.

나아가 오는 9월12일부터 열리는 제2차 국제심포지엄의 주제 역시 ‘지구온난화와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며, 보다 심도 있는 바다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 초 UN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대재앙을 경고하였고, 이를 실증이라도 하듯이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일어났으며, 우리나라 여름도 뚜렷한 아열대기후 현상을 보여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 열리는 심포지엄이다.

이러한 지구위기를 벗어날 해법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화석연료에 길들여진 인류가 대체에너지를 과연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역시 답은 바다뿐일 것이다. 만일 이 명제가 맞다면 2012여수세계박람회는 단순한 물질의 전시가 아닌 지구위기를 구해내는데 필요한 세계적 아젠다(의제)의 전시장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것은 세계박람회의 위상과 의미, 역사를 새롭게 쓰는 그야말로 21세기 박람회의 전형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박람회의 주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고민, 철학의 주입이 보다 절박한 필요조건이라 주장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2012년 이후에도 지구온난화와 바다의 상관성은 지구적으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고 어쩌면 세계질서가 이를 중심으로 재편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대비해서 박람회의 유치기대효과를 경제적 측면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그 정신과 철학에서도 찾아야한다. 그래야 일회성 이벤트니 사후활용문제니 하는 우려를 씻어버리고, 나아가 신해양시대를 선언하는 원년의 중심지로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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