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진짜경제는 뭘까?
사람 중심, 진짜경제는 뭘까?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7.09.05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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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의 중소기업 '정진기업(주)'를 찾아
▲ 정진기업(주)의 사무실 모습.
어느 날 갑자기 ‘사람 중심 진짜 경제, 중소기업 중심 진짜경제’, ‘건설 중심 가짜경제, 재벌 중심 가짜경제’ 논란이 촉발했다.

그간 있어왔던 현실에서 갑작스레 이 논란이 등장한 건 아이러니. 진즉 이슈로 등장해 올바른 해법을 찾아야 했음에도 이제야 논의의 중심으로 떠오른 건 그나마 다행. 이 논란 속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하도급 비리,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중소기업의 어려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현실은 어떠할까?

이에 지난 3일, 비교적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알려진 전남 광양의 ‘정진기업(주)’를 찾았다. 정진기업(주)의 주력은 식품업의 (주)정진 홈푸드, 운송업의 (주)신흥물류, 파견근로 및 시설물 관리의 정진기업(주) 등 3가지. 그 중 핵심 사업은 구내식당 위탁관리를 하는 (주)정진 홈푸드.

이 회사 CEO 김형채(47) 씨는 안하면 사업하기 힘들다는, 많이 대중화 되었다는 그 흔한 골프도 안친다. 이유인 즉, “신생기업이라 돈도 없고, 있어도 일정수준은 직원복지를 위해 써야 하며, 회사 이윤이 나아질 때까지 사장의 씀씀이를 줄이자”는 복안.

그렇다고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매출액이 적은 것도 아니다. 년 매출액 70~80억에, 직원만 250명. 주위에선 “짠돌이”라 놀린다. CEO 김씨가 골프를 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업종이 많다보니 대하는 사람도 많아 영업을 안 할 수 없는 형편” 때문. 자연스레 그 흔한 골프 접대는 다른 임원이 맡을 밖에.

▲ (주)정진 홈푸드의 김형채 대표.
대기업 틈새에서 살아남은 비결, “업종에 따른 음식 선별”

연유로 전무에게 골프채를 풀세트로 사다줬다. 대신 김형채 씨는 직원들과 2주에 1회 꼴로 등산을 즐긴다. 직원들과 부대끼며 서로를 느낄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직원 김인자(25) 씨는 “지금은 일이 바빠 자주는 아니지만 전에는 단체로 산에 많이 갔고, 재미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렇담, 흔한 말로 이 업체 진짜 돈이 되긴 되나?

CEO 김씨의 말로는 그렇지 않다. 하기야 어떤 기업이 이윤이 많다고 할까 마는, 김씨가 말하는 이윤은 10% 안팎. 재무제표까지 공개한다니 믿을 밖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음식업의 마진율은 30%. 그중 부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전후다. 그러나 (주)정진 홈푸드의 마진율은 10% 이하, 부식비는 60%에 육박하니 그만큼 이익이 줄어든다.

다른 업체는 이를 보고 “미쳤다”고 한다. “어떻게 직원들 월급 주고, 먹고 사냐고. 신통방통”이란다. 확인 차, 비율표를 달라니 흔쾌히 보여준다. 말 그대로다. 이유에 대해 김씨는 “음식 갖고 장난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이것이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이다.

비결은 더 있다. 회사별 지역별로 사람 입맛이 다르다. 또한 일하는 사업장에 따라 원하는 음식이 다르다. 예를 들어 현장 근로자에서는 돼지고기 등 육류를 원하고, 관리직일 경우 생선이나 채식을 원한다. 업종이 무엇인가에 따라 음식 선별 기준이 다르다는 것. 이는 곧, (주)정진 홈푸드가 대기업의 틈새에서 살아남은 진짜 이유이다.

하여, (주)정진 홈푸드는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의 연령층과 계층, 지역별 인력조사를 통해 기호도에 따라 식단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25개 위탁 식당의 메뉴는 천차만별이다. 대기업처럼 매일 전 업장에 똑같은 메뉴를 제공하면 25%의 재료 절감을 이룰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한다. 왜?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지역 업체가 살아남을 방법이니까.

▲ 정진기업(주)는 광양시에 위치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기업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싸울 수가 없어

식품재료 발주도 본사 일괄 및 통제에서 벗어나 현장 영양사가 전권을 가지고 운영한다. 그러니 식사하러 늦게 와도 반찬 떨어질 걱정이 없다. 자연히 맛있고 푸짐한 식사가 제공된다. 이로 인해 마진은 적어도 보람은 곱절이다.

김형채 씨는 이유에 대해 “대기업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대기업과) 싸울 수가 없다. 대기업은 소소한 분야까지 신경 못 쓰지만 지역 업체는 다르다. 현장 사정에 맞게 그때그때 즉시즉시 대체가 가능한 신속성, 재료의 신선함, 메뉴와 환경의 참신성이 경쟁력이다”고 잘라 말한다.

그의 사업 지론은 “사업에서 손해 볼 때는 과감히 손해 봐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윤을 쫓지 않고 열심히 하면 그 이윤은 따라 온다”는 믿음이 있다. 여기에서 관건은 ‘성실성’. “성실성만 있으면 싹수가 있다”며 “인정하는 게 세상 이치”라는 믿음이다.

참 무서운 사람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간과하기 쉬운데 그걸 놓치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신나게 일하고 즐겁게 서비스 할 수 있도록 직원에 대한 배려 및 직위에 대한 비전으로 보상한다.

김형채 씨는 부인 김영숙(45) 씨와의 사이에 창하(20)ㆍ관호(17) 두 아들을 두었다. 아들 일 시키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음 달 입대하는 창하는 지금 순천 청암대 구내식당에서 소위 말하는 알바를 뛰고 있다. 그의 일당은 4만원. 보통 5만 5천원인데 반해 카운터에 앉아 편히 돈 받는 일이라 4만원이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가 클 때 밭에 가서 고구마 캐고 일해도 집안일하며 용돈 받았나?”라면서 “그것도 어딘데?”한다. 그것도 아들은 “군소리 없이 받는다”한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우리 같으면 ‘시시콜콜 옛날이 어쩌고’ 했을 텐데…. 찍소리 않고 아들이 받아들이는 건 키우면서 “먼저 사람이 되어라 가르쳤기 때문 아닐까?” 반문한다.

▲ (주)정진 홈푸드의 비율표.

공정거래 안 되는 원인, “외부의 힘 ‘정치력’”

이런 그도 불만이 있다. 일반적 관행으로 인해 사업상 공정거래가 안 된다는 것. 그건 “외부의 힘, ‘정치력’이 원인이다”는 불만이다. 저가 입찰이 많은 요즘, 적정 단가가 지켜져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게 현실. 그렇다고 입찰 단가가 낮춰진 만큼 이익을 낮춰지냐? 그렇지도 않다. “음식의 질만 나빠”진다.

CEO 김형채 씨의 최대 보람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과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의 구내식당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물리치고 위탁경영권을 따낸”데 있다. 그만큼 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경영 방식에서 또 하나 독특한 건, 구내식당에 전남도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와 동양화가의 그림을 구입ㆍ배치하여 분위기를 업 시키는 기법. 최근 개업한 전남대(여수) 구내식당의 그림 배치 비용만도 1천만 원이 들었다. 이로 인해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자랑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실전 감각이 (주)정진 홈푸드를 빛내주고 있는 것이다.

김형채 씨의 이 같은 경영은 업체 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직장 이직율이 거의 없다. 가족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때문. 이에 대해 직원 이미애 (28)씨는 “7년을 근무하고 있다”며 “회사가 불편하고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스스로 나간다”고 말한다.

성공비결은 “인덕이 있는 것 같다. 성실한 직원들을 잘 만났다. 나부터 검소하고 일할 때 같이 하는 것을 보고 직원들이 따라 준다. 내가 죽고 직원들이 사는 게 서로에게 이익이다”고 말한다. 이런 그도 구내식당을 위탁경영하면서 사고가 딱 한 번 있었다. “식사 중 이물질을 씹어 이가 부러져 전부 치료해 준” 것.

여하튼, 1시간 30분간 그를 인터뷰하고 난 후 떠오르는 이가 있다.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 진짜경제’를 외치던 문국현. 그와 왠지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바로 성공은 ‘베품’과 ‘나눔’, 그리고 ‘사람’에 있지 않을까?

▲ 김형채 대표의 독특한 경영 방식 중 하나는 전남 도내 화가들의 작품을 구입하여 위탁 식당에 그림 전시하는 것을 통해 또 다른 차별성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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