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그리는 그림
함께 그리는 그림
  • 남해안신문
  • 승인 2007.08.13 2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난중일기] 박효준 <편집위원, 여수경실련 사무국장>
넓은 캔버스에 안정적인 구도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더구나 이 작업을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경우라면 밑그림의 중요성은 더 할 나위없다.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각자가 생각나는 그림을 아무렇게나 그리다 보면 어떤 곳은 그림이 겹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불필요한 여백이 남게 되어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채워나가는 것도 이런 공동작업과 같다. 지역이라는 넓은 캔버스 위에 지역의 여러 주체들이 각자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인 것이다.

문제는 여러 주체들이 생각하고 있는 완성작의 모습이 같은가 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작품은 볼품없는 낙서가 되거나 아예 새로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중요한 것이 도시를 구성하는 인자들의 합의 속에서 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낭비와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미래상을 고민함에 있어서도 이 원칙은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꿈꾸는 미래상에 대한 지역 전체의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개발계획과 각종 연구용역을 통해 지역에 대한 수많은 계획들이 만들어졌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들이 한 번도 제대로 시민들에게 알려지거나 합의되어 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여러 단위의 개발계획과 중장기 계획 속에 포함되어 있던 도시의 미래상이 과연 얼마만큼 도시 구성원들에게 인지되고 지지되어 왔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니 최소한 행정단위에서 만이라도 합의되고 일치된 기본 틀이 존재하고 있는지 평가해 보아야 할 일이다.

지역의 구성원들이 같은 꿈을 꾸지 못할 때 진행되는 여러 사업들은 그림을 채워나가는 작업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가치와 명분만을 가진 사업이 될 뿐이며 사람들은 이를 통해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이해득실만을 따질 수밖에 없게 되며 이는 자칫 도시발전의 걸림돌이 되거나 불필요한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지역의 미래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이에 대한 합의와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공유된 가치로 만들어 내는 일이다.

또한 이를 이미지화 하고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게 될 때 지역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계획과 사업들이 개별적인 가치로 인식되어 폄훼되는 일도 없을 것이며 당장의 실리와 명분보다는 더 크고 긴 안목의 평가와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 지역이라는 캔버스는 분명 넓다. 하지만 이를 채우는 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