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外治), 내치(內治)
외치(外治), 내치(內治)
  • 이상율
  • 승인 2007.07.01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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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서울시가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보낸 퇴출 공무원 가운데는 업무 시간에 술을 먹고 주사를 일삼는가 하면 민원전화를 받기 싫어 아예 벨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해둔 공무원도 있었다. 어떤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는 동료 직원에게 맡긴 채 자격증을 따겠다며 근무 시간에 공부만 했다.

그러면서도 시민이나 동료 직원이 업무에 대해 물으면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 업체 직원들을 수시로 불러 강압적ㆍ고압적 지시를 내린 뒤 이튿날엔 정반대의 지시를 내린 직원도 퇴출 대상이 됐고 청사 보안ㆍ경비 업무를 담당한 한 직원은 휴게실에서 TV를 보고 오후에는 낮잠을 자기가 일쑤였다. 개인채무 문제로 동료들의 당직근무를 대신해주고 수당을 챙긴 직원도 있었다.

단어와 문장 이해력이 떨어져 업무를 맡기면 무슨 말인지 몰라 일을 하지 못하거나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를 대신 수행하게 하고 자신은 단순ㆍ반복 업무만 조금씩 했던 간부도 있었다. 단속업무를 하면서 출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데다 3년간 적발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을 내버려두거나 오히려 화를 내고 언어폭력을 휘둘러 항의를 받던 직원도 있었다. 어찌 이런 공직자들이 서울 시청에만 존재하겠는가. 국가기관에도 공기업에도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아니 여수 시청에서도 수월하게 볼 수 있는 공직자 상일 것이다.

그런데 서울 송파 구청에서는 여권발급에 혁명적 사례를 이루고 포상을 거절하는 겸손한 공무원이 있어 감동을 주기도 했다. 통상적인 여권발급의 경우 5∼10일 걸리던 것을 신청 48시간 만에 긴급 신청의 경우는 3시간 내에 여권을 발급해주는 여권 즉시 발급제를 개발하여 타지역에서까지 여권 신청자가 몰려드는 획기적인 성과를 일궈냈다.

여권 즉시 발급제는 직원들끼리 자주 모여 얘기하다 기간을 확 당길 수 있겠다는 공감을 하게 됐고 서로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엔 여권과가 문을 여는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토·일요일도 없이 일했다.

하루종일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는 바람에 직원 대부분이 안과 치료를 받았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능률적인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직원들끼리 서로 격려하며 가장 힘든 접수창구의 일은 서로 바꿔가면서 일하는 등 팀원들 간에 환상적인 호흡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송파구의 여권 발급 혁명은 서울 전 자치구와 인천·경기 등 타 시·도에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수시는 발 빠른 대응에는 벗어나 있는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러운 생각이다.

여수시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전 행정력이 ‘올인’하고 있다. 지난 4월 BIE 실사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여 ‘엑설런트’ 하다는 최상의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내치(內治)는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시민을 실망 시키고 있다.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져 여수시장이 BIE총회 에 참석 해 있는 동안 연가를 내고 가족 여행을 다녀와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있는가 하면 제 때 동향보고를 못 한 면장이 문책 되고 낭도∼사도 간 인도교는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확인돼 사업이 변경되었고 하수관거정비 BTL 부실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이에 대한 시정 작업은 지지부진하고 비위생매립장 정비사업과 관련해서는 특정업체 밀어주기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사업마다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

이처럼 2012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이 적은 각종 사업들이 표류함으로써 외치만 있고 내치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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