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평화에 기여하는 노조의 연성화
산업평화에 기여하는 노조의 연성화
  • 이상율
  • 승인 2007.04.23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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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까지 나서는 산단 노조

여수 국가 산단의 노조는 강성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각 기업 노조들이 산업평화 정착을 위한 몸짓을 보이고 있어 2012 여수 세계 박람회 유치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다가서고 있다.

최근 여수 산단 내 대형 사업장들이 잇따라 임금동결을 선언하고 있는 가하면 지난 11일 BIE 실사 당시 시민대표의 만남에서도 노사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 노조대표는 "세계 박람회는 고용창출이 이루어지는 것임으로 노조가 박람회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노 . 사가 이견이 있을 경우는 사전 조율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인 조정위원회나 노사정 위원회가 있음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고 대응함으로써 도리어 질문자를 놀라게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는 민주노총 화섬연맹이 중심이 된 여수공투본이 출정식을 갖고 “여수 산단은 자본의 담합을 통해 임금과 성과급 근로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이끌어 왔다”는 진단과 함께 자본의 담합과 탄압을 분쇄하기 위해 본격적인 임단투에 들어간다고 선포했지만 행사 분위기가 종전처럼 전투적이지 않고 평화적이며 질서가 있어 산업 평화 유지를 위한 유연성을 짐작케 하고 있다.

특히 한국 바스프(주) 여수 공장 노동조합이 임금동결을 결의하고 산업평화를 다짐하고 나섬으로써 여수 국가산단은 물론 전국 기업에 노조의 합리적 활동에 대한 좋은 사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바스프(주) 여수 공장 노조는 지난 4일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임금동결을 결의했다. 폴리우레탄 원료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회사가 지난해 매출 9300억 원에 순이익만 1300억 원을 달성한 초우량 공장이다.

노조 입장에선 임금을 대폭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이를 포기 하고 스스로 임금동결을 택함으로써 주목을 받고 있다. 강경했던 노조가 이처럼 태도를 바꾼 이유는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1954년 한국에 진출한 바스프는 현재 울산, 여수, 안산, 군산에 5개 공장을 가동해 왔고 지난해 총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에서 강성 노조를 경험한 바스프는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 인근 카오징에 여수공장과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가동시켰다.

이후 여수공장의 생산시설마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바스프 본사가 지난 3월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해 190명의노조원이 일자리를 잃었고 울산 공장도 수익성이 없어 폐쇄 될 것이라는 소문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노조만의 이익을 위해 싸우다가는 아예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 닳게 되었고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데 공감한 것이다. 결국 상호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됨으로써 노조가 발상의 전환을 이룬 것이다.

이런 결정이 있기까지 노조 내부의 진통도 만만치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바스프는 10억 유로(약1조2000억 원)를 투자해 아시아에 폴리우레탄 원료 생산 공장을 2010년쯤까지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수와 카오징 가운데 어느 곳에 투자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노조 간부들이 “ 노조의 이익만을 바라보는 노조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외자유치까지 나서 회사를 살리는 노조가 되자”고 설득한 것이 전 노조원에게 주효한 것이다.

노조는 결국 적극적으로 신규투자를 끌어오는 것이 고용안정을 가져오는 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실익을 선택 한 것이다. 한때 10%가 넘는 임금 인상을 끌어냈던 여수공장 노조의 결단은 화학업계에선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강성 노조만을 연상하는 여수에서는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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