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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왔다 가면 쓸쓸하다?
사람이 왔다 가면 쓸쓸하다?
  • 임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07.02.28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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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오동도·백야도·소리도(연도) 등대 ②
 
▲ 백야도 등대에 있는 안영일 작, '여인'.
ⓒ 임현철
 
등대하면 일반적으로 등탑, 하얀 건물, 잔디가 떠오릅니다. 전남 여수 오동도·백야도·소리도(연도) 등대는 여기에 조각상이 추가됩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던, 지금은 퇴직한 안영일씨가 여가시간을 이용해 취미로 조각상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항로표지관리소로 불리는 등대(燈臺, lighthouse)는 육지 위치, 육지와 거리, 위험한 곳 등을 확인하고 항구 등을 알리기 위해 설치되어 빛을 비추고 소리로 위치를 나타내는 항로표지입니다. 우리나라의 등대는 유인등대 43기, 무인등대 519기가 가동 중이라 합니다.

등대는 보통 3명, 24시간 2교대 근무체계입니다. 등대 불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일출과 일몰에 맞춰 자동으로 불이 꺼지고 켜집니다. 이로 인해 근무자는 사무실에서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불에 이상이 있을 시 즉시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어 근무는 항상 긴장해야 합니다. 때론 불이 잘 켜졌는지 다른 이상은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간혹 불이 켜져 있질 않아 지나던 배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일기예보에도 신경 써 장마나 태풍 때면 3명인 전직원이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합니다. 이때는 등대 불이 밝혀져 있어도 멀리 있는 배가 못 보는 경우가 있기에 음파표시(무신호)를 같이 보내야 합니다.

전남 여수, 오동도·백야도·소리도(연도) 등대도 대동소이합니다.

김철(58) 백야도 등대 소장은 날씨 애로사항에 대해 "(근무를 시작한) 처음에는 3∼4일간 밤낮으로 안개가 끼어 무척 피곤하고 힘들었으나, 지금은 (안개가) 2∼3일로 줄어 조금 나은 형편이다"면서 "안개가 많이 끼는 3월부터 8월까지는 정신없다"고 말합니다.

 
▲ 백야도 등대, 사무실과 관사, 김철 소장.
ⓒ 임현철
 
이런 상황에도 등대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해 최근 유인등대 43기에서 37개로 줄었고, 30기 정도로 구조조정이 계획되어 근무여건은 앞으로 더 열악해질 것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항로표지관리원의 애로사항은 이외에도 또 있습니다. 근무 후에도 지척 거리의 집에 갈 수가 없어 등대 숙소에서 대기상태로 지냅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모두 힘을 합쳐 일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집에 가는 것은 휴가나 휴무일에나 가능합니다.

등대 일 자체보다 가족과 항상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이 고통이라 합니다. 명절 때도 비상근무로 인해 거의 쉬지 못합니다. 근무에는 항로표지관리소 소장도 예외는 없습니다.

이로 인해 이들이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과 아이들이 성장한 후뿐입니다. 자녀들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직접 쌀과 부식거리를 가져와 식사도 각자 해결합니다. 처소도 따로입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갑니다.

한병남(55) 오동도 등대 소장은 "아이들이 다 커 이제는 아내와 관사에서 같이 생활하지만 안 따라다니려 해 힘들었다"며 일화를 소개합니다.

"(아내에게) 서로 떨어져 살 이유가 없으니 같이 (발령지) 다니며 살지?"
"아이들 돌봐야 하는데…."
"이 나이에 내가 혼자 밥해 묵겠냐. 재밌게 살아야지. 그럼 나 그만둘란다."


이런 후 발령지에 다니면서 부부가 함께 산다고 합니다. 이해가 갑니다.

근무 34년째인 한봉주(59) 소리도 등대 소장은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 신선 노름이라지만 이런 오지에서 고기나 찬거리를 그때그때 살 수도 없다"면서 "세상 사람과 만남 자체가 삶인데 (대등원은) 그런 점은 없고, 사람이 왔다 가면 쓸쓸하다"고 인간적인 외로움을 소회합니다.

 
▲ 오동도 등대 전경과 한병남 소장
ⓒ 임현철
 
 
▲ 소리도 등대와 한봉주 소장.
ⓒ 임현철
 
백색 6각의 소리도항로표지관리소 등탑 내부는 1910년에 만든 나선형의 철재 계단이 지금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등탑 높이는 9.2m에 불과하지만 해수면부터 82m의 고지대에 있어 먼바다에서도 잘 보이며, 12초 간격으로 반짝이는 등대 불빛은 42㎞까지 도달합니다.

연도는 섬의 모형이 솔개같이 생겨 '소리도'로 불리다 솔개 연(鳶) 자를 써 연도라 부릅니다. 연도는 등대와 인근의 코끼리 바위, 솔팽이 동굴 등 해안가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지로 특히 옛날 네덜란드 상선의 보물 전설로 세인들이 흥미를 갖는 곳이기도 합니다.

백야도 등대는 백색 4각 높이 8.8m에서, 백색 원형 11.1m으로 개량되어 35km까지 불빛이 도달합니다. 섬백광 20초 간격으로 반짝이며, 여수와 나로도 간을 이동하는 선박들의 안전한 길잡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05년 백야대교의 완공으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입니다.

오동도 등대는 등탑은 높이 8.48m의 백색원형에서 높이 27m의 백색 8각형으로 개축하였습니다. 등탑 내부는 8층 높이의 나선형 계단 구조로, 외부에 전망대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관광객들이 여수, 남해, 하동 남해바다를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0초 간격으로 반짝이며, 46km 떨어진 먼바다에서도 불빛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소리도 등대 등탑 계단.
ⓒ 임현철
 
 
▲ 소리도 등대 점등기.
ⓒ 임현철
 
 
▲ 백야도 등대 등탑 계단과 점등기.
ⓒ 임현철
 
최근 '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섬과 연계한 등대도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동도 등대와 백야도 등대는 각각 연 100만명, 5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항로표지관리소는 관광객을 상대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합니다.

여수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란 주제로 2012 EXPO의 여수 유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해양의 시대'를 맞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바다와 연안이 갖고 있는 다양한 섬, 등대, 갯벌 등의 자원들을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는 창의적인 해양활동 모색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오동도 등대 등탑 계단과 점등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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