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교육자 국외연수
빗나간 교육자 국외연수
  • 이상율
  • 승인 2007.02.06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수시가 지원하는 우수교사 외국연수가 일부 고등학교 교장교감들의 나들이로 변질  되는 바람에 찝찝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여수시는 관내 15개 고교 학교장이 추천하는 교원 38명을 지난 2일부터 4박 5일 동안 일본 문화체험과 선진 교육시설 견학을 보냈다.

그런데 연수 대상이 일선 교육을 담당한 우수교사 중심으로 짜여진 것이 아니라  우수교사 38명 가운데 추천 당사자인 교장·교감이 무려 12명이나 되고 그 중에는 다음달 교단을 떠나는 교장·교감도 있어 연수 대상 선정이 교육경비 지원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수는 교육경비 보조 사업의 하나로 시비 3,800만 원을 들여 처음으로 실시한 우수교사 사기 진작을 위한 국외연수 프로그램이다.

물론 학교의 경영자가 국외 연수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경비 조례는 교육환경을 개선하여 우수학생들의 타지 진출을 억제하고 인구 유출을 막겠다는 취지가 있기 때문에 일선에서 학생들의 교육에 열중하는 교사에게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과 같이 교육자에게는 더 많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우수 교사 외국연수 추천권을 가진 학교 경영 책임자가 스스로 자신을 추천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은 그렇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연수 4박 5일 일정 가운데 교육과 관련된 것은 다카츠키시 교육센터, 츠쿠바 대학 부속 고등학교 등 세 곳의 방문뿐으로 우수교육 벤치마킹보다는 관광성 외유에 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수시는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회계연도마다 시세 수입액의 3% 범위 안에서 교육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원하기 위하여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보조 사업의 범위를 중·고교 우수학생 장학금 등을 위한 인센티브 지원, 우수교사 및 우수인재 육성학교 인센티브 지원, 학력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초·중·고교 특기 적성반, 산학연계반, 자격증 취득반 운영, 학교의 급식시설 및 설비시설, 학교의 교육정보화사업, 지역사회와 관련한 교육과정의 자체개발사업,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사업, 학교교육과 연계하여 학교에 설치되는 지역주민 및 청소년이 활용할 수 있는 체육 문화공간 설치사업학교의 교육환경개선 및 교육에 필요한 경비중 보조할 수 있는 사업, 등 학교의 교육여건 개선사업에 중점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혈세를 들여 시행되고 있는 우수교사 국외 연수는 가시적 효과를 위해 사전 대상자 자격기준, 방문 대상 선정, 견문록 제출 등 사전 사후 조치에 대한 치밀한 검토와 계획이 수립됐어야 했다.

한편, 여수시의회 환경복지위는 일부 보조금 목적 외 사용으로 보고 집행부에 교장들에 대한 여행 경비의 반환을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일파만파가 되고 있다.

빗나간 교육자 국외연수를 보면서 문득 루소의 교육론적 소설 에밀의 여행과 관련한 구절이 생각난다. 《지식을 얻기 위하여 여러 나라를 그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여행의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찰하기 위해서, 우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가 알고 싶은 대상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에서는 여행에 의하여 배우는 것이 독서에 의한 것보다 못한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기술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독서를 할 경우에는 저자에 의하여 그 정신이 이끌림을 당하지만 여행에 있어서는 자기 스스로 볼 힘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곰씹고 싶은 구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