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는 ‘쪽박’ 찰 일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는 ‘쪽박’ 찰 일
  • 민명기 전문기자
  • 승인 2007.01.23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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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 몰린자금 현실성 있게 분배해야

요새 주가를 보면 한숨이 ‘푹’ 나온다. ‘산타랠리’ ‘1월 효과’ 는 물건너 간지 오래고 우리증시는 미국의 재채기 한번에 감기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연기금이 현물을 내다 팔고 선물을 매수하는 ‘스위칭 매매’ 를 하면서 수급이 좋지 않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물론 투자라는 것이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겠지만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지수가 왜 빠지는지 사실 잘 알지 못한다. ‘그냥 미국이 안 좋다니까’ 혹은 ‘세력들이 장난치니까’ 정도로 매우 막연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주식이 최근에 요동을 치는데는 연기금이 배후에 있다.

특히 연기금은 올해 들어 증시에 공격적인 모습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고, ‘스위칭 매매’ 에 아주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스위칭 매매’ 는 앞서서 언급했지만 그야말로 현물인 주식을 내다 팔고, 선물을 사들이고 있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주식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려고 나온 것 있는지 의문스럽다. 또 정부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그럼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해서 얘기 논해 보자. 올해부터 연기금의 투자한도액이 대폭적으로 늘어난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투자한도액은 6조원이었는데 올해는 11조원으로 5조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주식매입 규모가 2조원을 약간 웃돈 것을 감안하면 투자 한도가 2.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학연금은 올해 4100억원에서 내년에는 9600억원으로 5500억원, 공무원연금은 3700억원에서 5500억원으로 18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상승에 따른 전망으로 연말과 연초에 많이 떨어진 것을 감안해 싼 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것도 있겠지만 결국 증시부양책의 하나로 ‘연기금 증액 투자’ 를 들고 나온 것 같다.


주식시장은 정부의 정책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한편으로는 정책 변수가 너무나도 쉽게 먹혀 단발성으로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IMF 구제금융 이후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시장을 제어할 범위는 많이 줄었다.


불확실성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심리 때문에 은행권에만 몰려 있는 자금을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지 주가를 띄우려고 인위적으로 주식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수요 진작책은 부작용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지 시장붕괴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여줌으로써 투자심리를 어느 정도 안정시킨 측면은 있다. 그러나 금융·기업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증시 바깥의 국내외 거시환경이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기 이전에는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선진국 연기금은 주식시장에서 최대 기관투자가 구실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중이 30%를 넘는다. 하지만 미국의 연기금 시장은 사적 기업연금이 주류를 이루는 등 여러 가지로 우리와 다르다.


사회보장 차원의 공적연금 외에 추가적으로 좀더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조성된 연기금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시가배당이 일반화해 있고, 연기금의 경영감시활동이 보장되어 있는 등 주식투자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잘 갖춰져 있다.


이런 제도적 안정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연기금들이 주식투자를 확대할 경우 부실이 누적되어 결국 연금 수혜자들의 부담만 늘어날 공산이 크다. 공적연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은 지금도 자산운용과 관련해 원칙을 무시한 정부의 개입으로 부실이 누적되어 있다.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철저하게 마무리하고 개혁의지를 일관되게 관철시켜야만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또 땜질식 처방에만 매달릴 경우에는 급성위기가 만성위기로 굳어져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것이다.

♣ www.minpd.com

♣ <민명기(minpd@chol.com)>

디지털칼럼니스트 & 주식투자전략가

전문분야 : 온라인 문화 / 증권, 경제칼럼(IT-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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