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과 1년 후 오늘’
‘4년 전 오늘과 1년 후 오늘’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12.04 18: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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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논설위원, 여수YMCA사무총장>
꼭 4년 전, 그러니까 2002년 12월3일 밤을 잊을 수가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2010세계박람회 개최지를 결정하는 투표가 진행된 날이다. 적게 잡아 4년간을 몸살 앓듯 준비하고 경쟁하면서 고대했던 그날 밤의 투표는 그러나 너무나 허망한 가운데 끝나고 말았다.

다음날 여수시내에는 미묘한 적막과 가느다란 한숨만이 흘렀다. 만나는 사람들의 서로의 표정에서 읽게 된 일종의 민망한 허탈감이 개최지 탈락이라는 현실을 확인시켜줄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서 왜 탈락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숱한 추측과 무성한 논란 속에서 그 원인이 하나씩 드러났다. 정치권이 대선 때문에 박람회유치활동은 뒷전이었대... 여수가 박람회 치르기엔 너무 작고 인지도도 부족했대... 중국과 러시아가 처음부터 손을 잡고 있었는데 우리 정부는 전혀 모르고 있었대...

이런 이야기들이 떠돌면서 여수시민들의 허탈감은 점차 분노로 바뀌어 갔다. 왜냐하면 그런 사실들이 유치활동 과정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유치위원회는 무조건 박람회는 개최될 것이라고 그저 호언장담해왔기 때문이다. 박람회 유치실패라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속았다는 배신감이 사람들을 더 화나게 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책임을 따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노해소 차원이기도 했지만 그대로 주저앉기에는 여수가 치렀던 세월의 대가가 너무 혹독했기 때문이다. 박람회 후보지가 되면서 여수는 모든 개발계획, 투자계획의 사각지대가 되어야했다.

박람회 개최지가 되면 그에 따라 전면적인 개발이 진행될 것이니 지금은 모든 것을 유보하자는 이유였다. 여수시민들은 장밋빛 박람회 계획만을 받아 안고 노심초사 2002년 12월 3일 투표결과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이반에 가까운 민심이 흐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후속대책이랍시고 여수의 여론수렴을 시작했다. 다리를 놔주랴, 도로를 뚫어주랴, 말만 하면 다해줄 것처럼 했지만 이도 허구였다. 곧바로 바뀐 정권은 이 실패 책임을 앞 정권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를 다분히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여론과 입장도 여러 갈래로 갈리고 있었다. 실패에 대한 보상으로 SOC등 지역개발 청사진을 요구하자는 의견과 2012년 인정박람회를 다시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이 그 대표적 여론이었다.

박람회를 그대로 접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석패였다. 특히 박람회의 특성상 개최지역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해야한다는 점도 어설픈 달래기용 청사진 하나보다 낫다는 점 등이 설득력을 얻어 마침내 2012세계박람회 재도전을 지역의 요구로 정리하였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국가계획 확정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가 발족하게 된 것이다.

이 기구는 정부책임을 정확히 규명하고, 이를 해소 만회하기 위한 대책으로 2012박람회를 조속히 국가계획으로 확정하여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천명하였다. 시민서명운동, 토론회, 궐기대회 등을 통해 여론을 결집하여 그것을 정부와 정치권 요로에 전하고 압박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결과 드디어 2004년 10월 국가계획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발표를 이끌어냈다.

정부발표 후에도 이렇다 할 시원스런 추진이 보이지 않아 애를 태웠으나 근래 들어 한명숙 국무총리의 여수방문, 청와대 중간보고회 등이 열리면서 개최후보지 결정 1년을 앞둔 지금 다시금 희망의 싹이 틔우는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유치위원회도 이제 대외유치활동은 정부를 믿고 지역준비위원회로 체계를 바꿔 박람회개최지로서의 면모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앞으로 1년 후, 이 지면을 또 쓰게 된다면 어떤 내용으로 채우게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필자가 아니라 지난 4년과 그 이전의 4년, 그리고 남은 1년의 역사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지면을 필자의 주장보다는 지난 4년간의 여수를 담담히 회고하는 것으로 채워, 앞으로 1년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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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사도 2006-12-05 07:43:16
정치권의 치졸한 이해관계와 정부와 중앙유치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타심은 결국은 2010 복사판이 될것입니다..자만과 오만에 가득한 그리고 기회주의적인 분위기가 유치에 가장 큰적입니다. 가장큰 적은 외부에 있는거보다^바로 우리 내부에 있다고봅니다. 시민단체에서 결사항전의 자세로 중앙을 감시하고 압박해야됩니다. 그동안 야댱과의 관계도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잘해놨는데 앞으로가 큰 걱정입니다.

정의의사도 2006-12-05 07:34:19
이상훈총장님~ 이제라도 정확한 말씀 고맙고요^ 그런데^^뼈대있는^시민단체 책임자로서 2012를 냉정히 판단하시고 시민들에게 말씀해 주시는것이 도리라 봅니다. 왜? 여운을 남기세요^^지금까지 앞장서 오셨잖아요^^ 제가 판단할때는 이런 상태로는 아주 어렵습니다.저도 솔직하게 말씀 드리고 싶지만^확실하게 집고 넘어갑시다..그누가 바른말씀을 하겠나요^? 죄송하구요^^그래도 믿을만한 분이기에~~~!지금의 쓴소리가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