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의 터주대감 '명태'
제사상의 터주대감 '명태'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11.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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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여호의 물고기세상 9]

명태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먹어왔으며 민간 신앙에서도 한 몫을 하는 생선이다.

제사상에는 물론이고 대문 문설주 위에 복 많이 달라고 매달아 놓은 것이 명태이며, 요즘에는 새 차를 산 사람이 사고나지 말라고 보닛(bonnet)에 넣어두는 것이 바로 명태다.

명태라는 이름이 문헌에 나타난 것은 효종 때부터인데 ‘승정원일기’에 “효종 3년(1652년) 10월 8일 사옹원 관원이 강원도의 진상어류에 불량품이 있다는 것을 논하면서 대구어란(대구의 알)속에 명태란(明太卵, 명태의 알)을 섞어 넣었다.” 는 기록이 나온다.

명태란 이름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조재삼(趙在三)의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명천(明川)에서 태모(太某)라는 사람이 생선을 잡았는데 이름을 몰라 지명의 명(明)자와 잡은 사람의 성을 따서 명태라고 이름 붙였다”고 기록돼 있다.

또 함경도와 일본 동해안 지방에는 명태간으로 기름을 짜서 등불을 밝혔는데 ‘밝게 해주는 물고기’ 라는 뜻으로 명태(明太)라 불렀다는 설이 있고, “함경도 삼수갑산의 농민들 중에는 영양 부족으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해변에 나가 명태간을 오래 먹고 돌아가면 눈이 밝아진다’ 하여 명태라고 불렸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생선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상태에 따라 생태(싱싱한 생물 상태), 동태(얼린 것), 북어 또는 건태(말린 것), 황태(얼고 녹기를 반복해 노랗게 변한 것), 코다리(내장과 아가미를 뺀 반건조 상태), 백태(햐얗게 말린 것), 흑태(검개 말린 것), 깡태(딱딱하게 마른 것) 등의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잡는 방법과 지방에 따라서도 북어(北魚, 북방 바다에서 잡힌 것), 망태(網太, 그물로 잡은 것), 조태(釣太, 낚시로 잡은 것), 강태(江太, 강원도 연안에서 잡힌 것), 왜태(倭太, 함경도 연안에서 잡힌 작은 명태)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명태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사상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생선이다. 이는 천지신명에게 바치는 음식은 어느 한 군데도 버려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 때문인데 명태야말로 한 부분도 빠짐없이 다 먹을 수 있는 생선인 것이다. 우리 민족과는 각별한 사이인 명태는 그만큼 얽힌 이야기와 속담도 많다.

“명태 만진 속 씻은 물로 사흘을 국 끓인다”는 말은 몹시 인색한 사람의 행동을 조롱하는 말이고, “명태 한 마리 놓고 딴전 본다”는 말은 명태를 파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니고, 딴 생각으로 벌이를 한다는 뜻이다. ‘북어 껍질 오그라질 듯’ 은 재산이 점점 적어진다는 뜻이고, ‘동태난 북어나’ 는 이것이나 저것이나 다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북어는 먼 함경도에서 동해와 황해를 휘돌아 오고 수량이 많아서 아무리 빨리 팔아도 대여섯 달은 족히 걸렸다. 그래서 북어를 싣고 온 화물주는 자신이 지정한 객주에게 판매를 위탁하고 그 판매 대금이 걷힐 때까지 몇 달이고 그 집에 머물렀다.

북어를 넘겨주고 난 다음부터 화물주는 하릴없이 돈 받을 날만 기다리면 되었기 때문에 남의 집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음을 이르는 말로 ‘북어 값 받으러 왔나’ 란 말이 있다. 우리말에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노가리’란 말이 있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로, 명태는 한꺼번에 매우 많은 수의 알을 깐다고 한다. 명태가 많은 새끼를 까는 것과 같이 말이 많다는 것을 빗대어 나타낸 말이다. 임여호 과장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수산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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