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요새, 거문도를 점령하라”
“천혜의 요새, 거문도를 점령하라”
  • 박태환 기자
  • 승인 2006.10.30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85년 거문도 점령 명령서, 여수MBC 라디오 특별기획 ‘한려수도’서 공개

▲ 영국정부가 1885년에 일본 주둔 함대에 보내 거문도를 점령하라는 명령서.
1885년 영국의 거문도 불법 점령 명령서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여수MBC 창사 36년 라디오 특별기획 ‘한려수도’ 제작팀이 지난 8월 영국정부문서보관소에서 입수한 ‘거문도 점령 명령서’를 30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 명령서는 1885년 4월 14일 영국정부가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주둔중인 영국 해군 함정에게 거문도를 점령하고 그 이후의 상황을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명령서와 함께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막기 위해 영국이 거문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던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거문도 지도도 입수했다.

1845년 영국 페이처 해군 제독이 작성한 거문도 지도에는 특이하게 숫자로 바다의 수심을 표기했으며, 나열된 숫자를 연결하면 뱃길이 된다.

또 이 지도에는 석탄저장소 위치, 물이 나오는 곳 등을 적어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하기 위해 1840년대 제작한 거문도 지도.
이번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한 안정희PD는 “이번에 영국정부문서보관소에서 입수한 거문도 점령 명령서와 지도는 우리나라 근대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거문도 사건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방송 이후 입수한 거문도 점령 명령서 등은 삼산면에 기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여수MBC 라디오 특별기획 5부작 ‘한려수도’는 방송위원회의 방송콘텐츠 제작지원사업으로 한려수도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담았으며 오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오후 2시 20분부터 30분간 매일 방송된다. 거문도 점령 명령서를 다룬 ‘아! 거문도’는 31일 라디오 전파를 타게 된다.

이 밖에도 한려수도 물길에 숨은 섬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다룬 ‘물길 삼백리, 그 삶의 여정’(10월 30일), 남해바다에 숨 쉬고 있는 민초들의 힘의 원류를 찾는 ‘신화가 된 바다’(11월 1일), 섬지역 폐교문제를 다룬 ‘순죽도 홀로 아리랑’(11월 2일), 섬 사람들의 축제 ‘돛달아라 돛달아라’(11월 3일)가 차례대로 방송된다. ※

▲ 거문도주둔영국군
▲ 영국 해병대 장교와 거문도 서도 주민들
거문도 사건 =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는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다도해의 최남단 섬이다. 외인부대인 영국군은 1885년(고종 22)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다는 구실로 거문도를 불법점령했다.

군함 6척과 수송선 2척으로 구성된 영국 해군선단은 거문도에서 2년간 머물렀다.

포트해밀턴(Port Hamilton)은 1845년(조선 헌종 11년)에 영국이 거문도에 붙인 이름이다. 풍광이 수려한 거문도 섬 일대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다. 영국군이 거문도 점령 당시 이곳에서 사망한 영국군 묘지는 7∼9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3기가 남아 있다.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등 세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1백만 평이나 되는 천연 항만이 호수 같은 섬 거문도는 큰배들의 입출입이 자유로운 천연항구다. 거문도항이 옛부터 열강의 침입을 빈번하게 받아온 것은 천혜의 입지적 여건 때문이라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