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바위이름들 3
재미있는 바위이름들 3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9.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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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의 두번째 땅이야기 98]
고인돌은 본래의 뜻이 바위아래 작은 돌이 받혀져 있어서 ‘괸 돌’이라 하여고인돌로 풀어놓은 것인데 한자문화권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옛사람의 무덤이라는 인상이 강해서 옛 고(古)자를 쓴 ‘옛 사람 돌’ 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적지 않은 듯하다.

여수에는 청동기 시대의 유적으로 알려진 이런 고인돌이 1500여기나 산재해 있는 지역이다. 고창이나 화순군의 고인돌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이 되어있지만 여수에도 그 지역 못지않은 훌륭한 문화적 유산으로 여수만의 독특한 특징도 많다.

여수의 고인돌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인돌과 선사시대의 생활을 연구할 중요한 자료인 암각화가 새겨진 고인돌 등이 있으며 최근의 발굴조사 결과들을 살펴보면 비파형 청동 검이나 옥등 출토 유물이 화려하다는 특징도 있다. 그 시대 문화적 풍요기를 누렸을 여수에 살았던 조상의 생활단면을 전해주는 대목이다.

고인돌이 있었던 지역은 특징적으로 불려오던 이름이 있다. 가장 많이 전해지는 이름이 <돌고개>이다. 화양고등학교가 있는 화양면의 화동리 마을의 이름은 1789년의 호구총서에서 ‘돌고개(乭古介)’라는 이름의 기록으로 전해 온다.

이 고갯마루에는 90여기가 넘는 고인돌이 집단으로 있었는데 농공단지 조성 시에 70여기가 발굴조사도 없이 파헤쳐지는 수난을 당해 사라져 버렸다.

돌고개와 안정마을 사이에 <반돌곡>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고개에도 고인돌이 10여기가 남아있다. 돌산 평사리의 고갯마루 이름도 돌고개 인데 이곳에도 지금은 사라져버린 고인돌 군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온다.

여수지방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이 집단으로 남아있는 둔덕의 용수마을은 수백기 이상의 고인돌이 있었던 마을로 지금도 수십여 기의 고인돌이 남아있다.

이곳에서 호명으로 가는 고개의 이름을 <돌쫑지>라고 한다. 비슷한 이름은 화양면의 서촌마을 앞에 <돌정자>라는 정자의 역할을 하였던 평평한 바위가 원형으로 둘러있는데 고인돌로 조사되었다.

돌곡 돌고개, 돌정자, 돌쫑지, 돌팍거리 독베기 등 모두가 고인돌이 있었던 곳의 이름들인 것이다.

또 다른 이름의 고인돌로 율촌 산수리의 왕바구재는 <왕바구>라는 세계최대의 고인돌이 있어서 이름 지어졌다. 화양면 봉오마을에도 <왕바구>라는 같은 이름의 고인돌이 1기가 전해오는데 강력한 권력이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이런 바위무덤이 만들어질 시절의 해상세력과 여수지방의 잊혀버린 역사의 복원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이밖에도 창무마을의 칠성바위라는 바위는 고인돌이 7기가 북두칠성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이름 지어졌고 <두부바구>로 불렸던 중흥의 고인돌은 그림자로 24절기를 알아냈던 바위였다. 이 밖에도 율촌 송정마을 앞의 <모살(모이)바구>와 아이들의 미끄럼틀이었던 호명의<산태바구>도 고인돌 유적이 변한 이름이다.

바위가 지닌 바위색이 이름이 되기도 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노랑바구>는 남면의 모전마을, 돌산 율림 앞 밤섬, 소삼부도, 백야도 등지에 전해오는데 노란 색은 액을 막는 오방색의 하나로 특별하게 생각되던 색이다.

바위가 붉은 색과 검정색으로 얼룩이 져서 <얼룩바>라는 이름도 화정면에 전하며, 거문도의 서쪽 절벽에 있는 <구로바>는 검정색을 뜻하는 일본말 구로와 바위가 합쳐진 말이다.

화정면 사도의 <깜탕>은 검정색 바위를 뜻하고, 여자도의 <붉은 덕>은 붉은색을 띤 바위 이름이다. 거문도 서도의 변촌 마을에 있는 <흔독>은 하얀 돌의 사투리 말로 하양돌이 많은 해변인데 이 일대에서 하얀색의 도깨비가 많이 나온다고 전해진다.

마을 입구에 많이 서 있는 문바위와 거문도와 가사리의 신선바위는 신선이 와서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수려한 주변 경관을 자랑한다. 평평한 바위 위에 집을 지어 선비가 공부를 하였다는 조화리의<조산바구> 넘자 마을을 해적들로부터 구한 최장군의 이야기가 전해오는<장사바구>도 전설의 바위다.

기름을 발라 놓은 것처럼 반질반질한 백야도의 지름바구, 떨어지면 황천을 갈 만끔 높아서 황천바구, 벼락을 맞은 벼락바구 호랑이 같은 범바구, 공기돌 같은 꽁돌바구, 가매바구, 농바구 등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상을 전해주는 정겨운 바위이름들이 생활이 바뀌고 찾는 사람도 적어지면서 그 이름도 조금씩 잊혀가고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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