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시민사회운동을 돌아본다
지역시민사회운동을 돌아본다
  • 남해안신문
  • 승인 2006.09.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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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중일기] 이상훈 <논설위원, 여수YMCA 사무총장>
필자가 일하고 있는 여수YMCA가 창립60주년을 맞았다. 사람이 나이 60이 되면 회갑연을 한다.

십이간지로 조합된 한 평생을 살았으니 이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되는 인생을 정갈하게 살아가기 위한 선언의 잔치를 여는 것은 사람이나 단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해방과 더불어 사회단체로 태동한 여수YMCA의 60년도 되돌아보면 녹록치 않은 세월이었다. 부흥기가 있었는가하면 침체기가 있었고, 편한 세월이 있었는가하면 고난의 세월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땀을 흘렸고 그 땀이 오늘의 여수YMCA에 깊숙이 배여 있다.

이제 그간의 영욕을 역사의 페이지로 기록해 넘기고 새로운 페이지를 펼쳐야할 때를 맞으면서 여러 가지 소회가 밀려든다. 여수YMCA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급속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설정을 요구받고 있는 시점이다.

굳이 몇 주년의 매듭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 전반이 지나온 세월을 성찰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받고 있다.

특정 단체의 역사를 공공언론 지면에 할애하는 연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 이 칼럼의 주제로 삼았으니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일제하에서야 말할 것도 없고, 분단이념을 앞세운 군사독재시절에 우리 사회에 민간사회운동은 거의 전무하였다. 권력이 필요하면 소위 관변단체를 만들어 이용해먹었을 뿐이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가 진척되고 세계적으로는 냉전이데올로기를 대체할 시민사회의 성숙이 가속화되면서 시민운동은 점차 발전하였다.

환경, 인권, 경제, 소비자, 여성, 청소년, 장애인 등 그간 정치, 독점경제 권력에 의해 짓눌려있던 사회적 약자와 제도적 모순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체인 시민운동에 의해 해체되면서 시민단체도 자기완결적인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이 불과 십수 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이제 시민운동은 우리 사회발전의 주요한 주체의 한 영역으로 들어섰다. 어지간한 정책결정 과정에 시민단체의 참여는 당연시되고 있다. 그래서 한켠에서는 시민단체를 제5의 권력이라 일컫기도 한다. 그와 더불어 권력을 가진 만큼 이제 시민단체도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이 되어 견제를 받기도 하고 비난여론에 처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실제로 시민단체가 권력기구화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많은 이슈를 걸고 찬반을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는 것보다는 무시되는 사안이 더 많다.

이라크파병이나 한미자유무역협정 등이 그 예이다. 지방자치의 수준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입으로는 누구나 환경의 소중함을 인정하지만 개발론자들에 포위된 지자체 권력은 시민단체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럽선진 국가들의 시민사회처럼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민운동 수준은 아직 미약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 몇 년 만의 유행 같은 흐름으로 이뤄질 일도 아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태동한 우리 시민운동의 역사는 이제 불과 십수 년에 지나지 않는다.

조급해하기보다는 짧지만 그간의 역사를 찬찬히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시대흐름을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변화, 다각화된 사회에서 시민운동이 떠맡아야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

한반도 육지부의 최남단, 반도에서도 반도인 전남 여수, 그곳에서 질긴 생명력과 낮은 자세로 지역의 근현대사를 함께 지탱해온 여수YMCA 60년! 이제 지역시민운동의 충실한 맏형으로서 지역의 아픔과 소외를 씻고 새로운 힘을 만들어 가는데 시민들과 함께 노력할 것을 거듭 다짐해본다.

아울러 그러한 자세로 새로운 60년의 발걸음을 시작한 여수YMCA를 지역사회지도자, 회원, 시민들이 건강한 참여와 보살핌으로 이끌어주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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